‘한국의 건설 경기가 부양됐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50억달러 가량이 인프라에 투자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볼보측 배석자)
산자부에 때아닌 ‘영어 히어링(듣기)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레이프 요한손 볼보그룹 회장이 20일 오후 박태영(朴泰榮)산자부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무슨 말을 했느냐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
면담 다음날인 21일 박장관은 기자들에게 “볼보 회장이 장기적으로 50억달러 규모의 국내 투자계획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나 면담에 배석했던 토니 헬샴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은 펄쩍 뛰었다. “한국측 배석자들이 ‘인프라’나 ‘인베스트먼트(투자)’ 등 몇가지 단어만 알아듣고 문맥을 마음대로 풀이했다”는 것. 볼보측 홍보담당자도 “한국에 5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것은 본사를 한국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산자부측은 물러서지 않았다. “통역을 포함해 영어에 능통한 배석자 4명 모두 분명히 그렇게 들었다고 한다. 장기플랜이 경쟁사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 볼보측이 뒤늦게 부인하는 것이다.”
볼보 본사에서는 “요한손회장이 비행기에서 내리는대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회장명의의 공문을 한국에 보낼 것”이라고 알려왔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