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저축률 13년만에 최저…민간저축「부익부 빈익빈」

  • 입력 1999년 5월 10일 19시 20분


경기불황 여파로 작년 우리나라의 총저축률이 13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해 소득이 약간 줄어든 최상위소득층은 소비지출을 더 크게 줄여 저축액이 늘었지만 나머지 계층의 경우 절대소득이 크게 줄어 저축도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저축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졌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저축률과 정부저축률을 합한 총저축률은 97년 33.4%보다 0.2%포인트 하락한 33.2%를 기록해 85년(29.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총저축률이 하락한 것은 세수 감소와 재정지출 확대로 정부저축률(8.1%)이 전년보다 2.5%포인트 떨어졌기 때문. 민간저축률은 고금리로 이자소득이 늘어난 고소득층이 소비 대신 저축을 늘린 데 힘입어 전년보다 2.3%포인트 상승한 25.1%를 기록했다.

도시근로자 가구 중 저축액이 유일하게 늘어난 계층은 최상위 20%의 고소득층으로 전년보다 13.0% 증가했다. 반면 최하위 20% 저소득계층의 저축은 무려 426.8%나 줄었다.이른바 ‘중산층’인 차상위 20% 계층의 저축액은 9.4% 감소했고 중간층과 차하위층의 저축액도 각각 13.7%, 16.1% 줄었다.

한은은 “최상위 20%를 제외한 다른 계층에서는 기업 구조조정과 임금삭감으로 가처분 소득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저축액을 늘리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70년대 초반 18% 안팎에 불과하던 우리나라의 총저축률은 88년 역대 최고치인 39.3%까지 올랐지만 90년대 들어 소비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앞지르면서 감소세로 돌아서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과소비 풍조와 이에 따른 저축률 하락은 투자재원 부족 및 대규모 국제수지 적자를 불러 외환위기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한은의 판단.

한은 관계자는 “올해 소비심리가 회복되면 저축률은 작년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저축여력이 크게 줄어든 중하위층을 중심으로 저축증대를 유도할 방안이 다각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저축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기업의 설비투자가 더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에 투자재원 자립도는 158.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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