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간담회 대화록(요지)]

  • 입력 1999년 4월 28일 07시 01분


27일 ‘재계―정부―금융기관간담회’에 참석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5대 그룹 회장, 주채권은행 은행장 및 정부측 인사들은 두시간여 동안 구조조정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차질없는 이행을 다짐했다.

다음은 대화록 요지.

▽김우중(金宇中)전경련회장〓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어떤 이유였건 시간이 늦어져 대통령께 송구스럽다. 주채권은행과 계획을 갖고 접촉하고 있으니 성과가 이제부터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연말까지 약속대로 이행하겠다. 더 이상 대통령께 해가 되지 않도록 잘 하겠다.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

▽손병두(孫炳斗)전경련부회장〓재계에서 정리한 건의사항을 말씀드리겠다. 먼저 채권은행단에 두가지를 건의하겠다. 외자유치에 유리할 수 있도록 출자전환과 금리조정에 협조해주면 감사하겠다. 또 동일계열간 빅딜 시 여신한도 초과분에 대한 예외를 인정해달라. 다음 정부에 대해서 건의하겠다. 대통령께서 일본을 방문하신 후 본격화되고 있는 한일 양국의 기업간 접촉을 정부가 도와달라.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인세 증권거래세 등에 대한 세제 혜택이 있었으면 한다.

▽김우중회장〓통상압력이 강화될 조짐이 많으니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바란다.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재계가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도록 정부는 최대한 지원하겠다. 그러나 절차와 내용이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5대 그룹 이외의 다른 기업과도 형평성을 유지해야 한다. 통상지원문제가 예견되므로 정부는 국제규범 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출자전환 부채구조조정은 기업이 먼저 철저한 노력을 할 때 주채권은행과 상의해서 할 것이다. 동일계열 여신한도도 예외를 인정하겠다.

▽김진표(金振杓)재경부세제실장〓취득세 등록세 증권거래세 등 세금지원 확대를 위해 재경부 내에 구조조정 세제대책반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서 건의받아 최대한 지원하도록 노력하겠다. 그러나 국제규범에 어긋나지 않아야 통상마찰이 없기 때문에 원칙을 지키며 지원하겠다.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5대 그룹 구조조정 성과에 경의를 표한다. 모든 기업들이 50년 내외의 전통을 가진 회사여서 관행에 따라 누적된 것이 많았을 텐데 개혁하는데 상상을 초월한 고생이 많았다. 채권은행도 많이 고생했다. 금감위원장 보고에 따르면 월간 주간 체크를 한다고 하는데 채권은행은 매일 체크를 해야 문제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채권은행은 매일 점검하면서 심사기능을 명확히 가져야 한다.

▽김영배(金令培)국민회의총재권한대행〓오늘의 아픔이 내일의 영광이다. 국가적 영광으로 승화될 것이다. 개혁에 도움을 줘 감사하다. 이제 성공단계만 남아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개혁에 협력하는 것이 이 시대의 사명이다.

▽김대통령〓작년 12월7일 합의 후 제1차 점검을 오늘 했다. 국민과 국제여론은 5대 그룹의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고 결국 안될 것이라는 의혹도 가졌다. 노동자들은 자기들만 희생하고 고통분담이 되지 않고 있으며 특히 5대 그룹은 부채가 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늘 회합으로 진일보한 합의를 했고 약속을 했다. 약속단계에서 실천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머지않아 실천이 마무리될 것도 있어 회의결과를 보면 국민과 국제여론이 호전될 것이고 재계에 대한 신뢰심도 상승할 것이다. 아직도 반신반의가 많으나 구조조정은 기업과 국가 양자의 사활문제가 걸린 것이다. 정부는 자구노력과 자기개혁을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지원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는 합법적 범위 내에서 강력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시장경제원리를 준수해서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원칙을 지킬 것이나 개혁을 등한히 해서 국민 이익과 우리 경제를 해칠 때는 합법적으로 금융기관을 통해 개입할 것이다. 과거 금융기관이 부실한 운영을 해서 이런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5대 그룹 채권은행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느냐에따라불이익과 인센티브를 주고 신상필벌해야 한다. 공동여당은 물론야당도초당적으로 구조조정에참여해국가경제를 살려야 한다. 정부의 노동계에 대한원칙은확고하다. 합법적인 쟁의는 보장하나불법폭력시위는 엄중히다스릴것이다. 나는 여러분을 파트너, 동지로 생각하고 협력할 것이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