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초청 13개기업 『아까운 것부터 과감히 팔아라』

  • 입력 1998년 10월 28일 19시 19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초청으로 29일 청와대에서 대표 간담회를 갖게 된 13개 기업은 정부로부터 구조조정의 모범사례로 공인받은 셈.

청와대 초청은 이들에 대한 격려뿐만 아니라 지지부진한 5대 그룹의 구조조정을 촉구하기 위한 압박용 카드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정부가 모범답안으로 제시한 이들 기업의 생존전략은 뭘까.

▼ 성역은 없다 ▼

팔릴만한 물건을 내놔야 팔리는 법. 선대(先代)가 물려준 핵심사업이라고 성역이 될 수 없다. 두산은 지난해 11월 코카콜라사업권(4천3백22억원)을 팔아치운데 이어 그룹의 모태인 OB맥주마저 벨기에 인터브루사와 공동경영하는 합작사로 만들었다.

대상의 라이신사업(6억달러), 한화기계의 베어링부문(3천억원) 등도 외국기업들이 달려들만한 매물을 내놔 현금확보에 성공한 경우.

로케트전기는 질레트사에 국내상표권과 영업권 일부를 넘겨주는 대가로 6천만달러를 유치했으며 제일제당의 드림웍스 출자분 매각(1억7천만달러), 유한양행의 유한킴벌리 주식 매각(3천4백만달러), 동아제약의 한국존슨앤존슨지분매각(1백억원) 등도 유사한 사례.

▼ 식구를 줄여라 ▼

계열사를 잔뜩 늘려놓고 ‘그룹’의 세를 과시하는 허장성세(虛張聲勢)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한화는 32개였던 계열사를 올해말까지 15개로 줄이고 내년에는 10개 이하로 축소한다.

한화는 구조조정에 성공한 덕에 외환위기 이후 협조 융자를 받은 11개 그룹중 최초로 지난달부터 융자금을 상환하기 시작했다.

두산은 9개 계열사를 ㈜두산이라는 단 하나의 회사로 합병했으며 대상도 ㈜미원과 ㈜세원을 합친데 이어 대상교역 등 5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압축.

▼ 될 곳에 투자 ▼

무조건 팔아넘긴다고 구조조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군살을 뺀 다음엔 주력사업에 매진하는 것이 구조조정의 완성.

두산은 구조조정의 와중에도 인쇄회로 소재시장의 경쟁업체였던 코오롱전자를 전격인수했으며 최근 진로쿠어스맥주의 인수의사를 밝히는 등 주력사업에 확실하게 투자할 계획이다.

동양화학공업은 농약사업 부문을 스위스 노바티스사에 2천억원에 팔아넘긴 뒤 소다회 과산화수소 등 세계1위의 생산량을 갖춘 제품에 사업역량을 집중.

〈김홍중·정재균기자〉kiman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