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中古설비 中企「애물단지」…20조원선 추산

  • 입력 1998년 8월 24일 19시 22분


산업생산기반 위축으로 유휴설비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현재 정부가 추산하고 있는 유휴 중고설비만 20조원어치 가량.

정부는 이들 유휴설비 거래 활성화를 통해 중소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할 계획이지만 워낙 설비투자심리가 얼어붙어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쏟아지는 유휴설비〓경남 창원의 반도체금형업체인 한빛정공은 5∼6개월 된 장비 등을 포함해 금형장비 15대(10억원상당)를 3개월전에 중소기업진흥공단 유휴설비거래센터에 내놓았다.

이 업체는 반도체 주문물량이 크게 줄어 올해초부터 70여대 중 50여대 정도만 가동해왔다. 나머지 20대는 올해초 구입한 3억원대 이상의 고가장비이지만 한번도 제대로 가동해보지 못한 것.

이 회사는 월급과 원자재 구입자금, 외화대출 이자상환 등 당장 돈 들어갈 곳이 많아 놀리고 있는 기계들을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팔려고 내놓았다. 그러나 3개월째 이 기계들은 팔리지 않고 있다.

“해외바이어들이 가끔 찾아와 협상을 했지만 부르는 값이 내놓은 가격의 60∼70%여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최재식 총무이사)

이 업체처럼 수많은 중소기업이 구조조정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유휴설비를 내놓고 있고 부도난 업체들이 쏟아낸 설비들만 해도 엄청난 규모다.

한국기계공업진흥회가 개설한 인터넷 유휴설비정보센터에는 2천4백여건의 유휴설비가 등록돼 있지만 실제 매각이 성사된 것은 4백건에도 못미치고 있다.

▼처분 걸림돌〓최근 부도가 난 K사는 현재 법원 경매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해외바이어가 K사의 장비에 관심을 갖고 설비에 대해서만 분리경매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저당잡힌 설비와 토지 공장건물이 경매에 들어갈 경우 분리해서 팔지 못하도록 공장저당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 부도가 나기 전이라도 업체에서 기계를 팔려고 하면 거래 금융기관이 해당 금액만큼 추가담보를 요구하는 관행도 유휴설비 거래를 막는 걸림돌이다.

▼정부 대책〓박태영(朴泰榮)산업자원부장관은 “유휴설비의 원활한 매각없이는 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며 “중고설비거래 촉진법안을 만들어서라도 이를 활성화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허용되지 않고 있는 유휴설비의 해외수출시 수출보험 및 수출금융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대부분의 유휴설비가 대출담보로 잡혀있어 거래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먼저 담보를 푼 뒤 매각되면 채권을 회수토록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재정경제부도 24일 유휴설비거래 활성화를 위해 99년말까지 유휴설비를 구입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투자금액의 3%에 대해 세액을 공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와 함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통해 국내업체들과 해외 딜러들을 연결, 유휴설비의 해외수출을 촉진하기로 했다.

현재 미국은 약 5백개의 유휴설비 거래업체들이 유기적으로 거래를 주선하고 있으며 이중 50개는 국제 딜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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