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社, 라이벌社 도산 『속앓이』…외국社와 경쟁 우려

  • 입력 1998년 6월 1일 20시 10분


재계에선 요즘 ‘입술이 없어지니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이란 고사가 새삼스레 실감난다. 전통의 라이벌업체가 무너지면서오히려남아있는업체의 입지가 좋아지기는커녕 약화되고 있는 기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내의업계.

극심한 내수시장 위축으로 내의업계 2, 3위를 다투던 ㈜쌍방울과 ㈜태창의 부도와 함께 1위인 ㈜BYC에 이어 단숨에 업계 2위로 뛰어오른 ㈜좋은사람들은 요즘 심기가 편하지 않다.

주병진사장의 높은 인지도와 재기넘친 광고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며 사세가 날로 커지고 있지만 갑자기 붙은 ‘대표업체’라는 타이틀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국내 내의시장 규모는 약 1조원. 이중 80%정도가 빅3로 불리던 기존 대형 3사가 차지해왔고 좋은사람들이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던 상황.

주변에선 이들 부도회사가 차지하고 있던 시장점유율을 고스란히 BYC와 좋은 사람들이 이어받아 횡재라도 만난 것 아니냐며 부러워하고 있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쌍방울과 태창이 땡처리로 재고 물건을 넘기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이 대거 이들 제품으로 이동, 매출이 늘기는 커녕 오히려 가격인하 압력을 받고 있는 실정.

좋은사람들의 한 관계자는 “내의의류 재고현황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적어도 1∼2년간은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가격을 내려야 하지만 원가부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제과음료 시장 부동의 1위 롯데는 부도상태에 있는 라이벌 해태의 어려움을 오히려 안타까워한다. 롯데로서는 해태가 하루속히 재기해 ‘만년 2위’를 지켜주길 내심 바라고 있다.

해태가 자금력이 막강한 외국업체에 넘어가기라도 하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경쟁양상이 빚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

실제 해태에 입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외국기업만 해도 네슬레 살로먼 등 세계 1, 2위를 다투는 대형그룹뿐이다.

코카콜라가 해태음료의 공백을 틈타 음료시장을 무차별 공략하고 있는 것은 단지 서막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

베이커리 업계 1위 파리바게트의 한 관계자는 “업계 2위 크라운베이커리의 화의개시 소식이 너무 반가웠다”고 털어놨다.

빵 소비의 특성상 크라운베이커리가 문을 닫게 된다 하더라도 그쪽 소비자들이 파리바게트로 넘어오지는 않는다는 것. 오히려 다른 간식거리를 찾거나 빵을 안먹을 공산이 커 전체 빵시장 축소로 나눠먹을 파이만 자꾸 줄어들게 된다는 설명이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해태와 경쟁도 해왔지만 정부정책이나 외국기업의 공격에 대해 ‘공조체제’도 형성해왔다”며 “글로벌 경제시대의 새로운 경쟁질서로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막강한 외국업체와의 힘겨운 싸움을 생각하면 아찔해진다”고 말했다.

〈정재균기자〉jung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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