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극복/22인의 해법]『정부 한목소리 내라』

  • 입력 1998년 5월 14일 19시 27분


‘너 따로 나 따로.’

‘모든 것이 네 탓.’

‘나만 살고 보자.’

모든 경제주체가 이런 의식을 탈피하지 못하면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우리 경제는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 우려가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14일 본보가 ‘경제회생 해법’을 물은 데 대해 각계 전문가들은 “행동을 통해 이같은 의식을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동아시아의 삼류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개혁〓곽상경(郭相瓊)금융통화위원은 “금융개혁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제일 서울은행 등 부실은행을 구제한 뒤 최종처리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장영(李長榮)금융연구원연구위원도 “정부가 부실금융기관을 정리하겠다는 확고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신속하게 실천하지 않아 금융기관들의 모럴 해저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원영(延元泳)금융감독위원회 금융구조조정기획단장은 “국민의 고통을 줄이려면 구조조정을 가급적 빨리 끝내야 한다”면서 “시기를 늦추면 저항세력의 목소리가 커져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및 산업개혁〓박철원(朴哲遠)삼성물산부사장은 “금융개혁을 조속히 한 뒤 은행의 여신심사기능을 통해 자연스럽게 부실기업을 정리하고 벤처기업이나 전략산업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최공필(崔公弼)금융연구원연구위원도 “지금까지는 은행이 대기업에 끌려다녔지만 앞으로는 은행이 주도적으로 대기업을 개혁해야 한다”면서 “은행이 부채를 출자전환하면 기업경영 참여와 기업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두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개혁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은행에 힘을 실어주어 기업개혁을 촉진하는 지원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정식(李正植)한국노총정책국장은 “소유를 분산시키고 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면 무분별한 차입을 통한 외형 위주의 경영이 근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시장개혁과 노사관계〓정치권 정부 기업 근로자 등 경제주체들의 양보와 자기희생이 있어야만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신후식(申厚植)대우경제연구소 국내경제실장은 “노동계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공공부문의 감량을 통해 재원을 마련, 실업대책을 세우고 고용관련기금을 확충해야 한다”고 제의했다.

최영기(崔榮起)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구실로 부당노동행위를 자행, 노동계를 자극했다”면서 “하지만 노동계도 파업을 하거나 노사정위원회에 불참하는 것은 대다수 근로자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양병무(梁炳武)노동경제연구원 부원장은 “노사가 대립하면 국내 경제는 파국을 면키 어렵다”고 진단했다.

▼정치개혁〓엄봉성(嚴峰成)한국개발연구원 부원장은 “경제위기를 정치적 목적달성을 위한 볼모로 잡아서는 안된다”며 “정치권은 당분간이라도 정쟁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홍건(崔弘健)산업자원부차관 등 관료들은 정책을 세워도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경제회생을 위한 대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정치권의 소모전을 막기위해 국회의원수를 줄일것을 제안했다. 정치개혁을 촉진하기 위해 국민소환제도를 부활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개혁〓김대식(金大植)중앙대교수는 “경제시스템의 효율화와 민간부문의 개혁을 선도할 수 있는 공공부문의 개혁, 즉 공무원수의 감축과 산하기관 정비 등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주형(金柱亨)LG경제연구원상무는 “여러 부처가 동일사안을 다루고 있는데다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안되는 것 같다”며 “결정된 정책은 모든 부처가 한 목소리를 내 일사불란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누군가에게 과거의 경제부총리와 같은 권한을 부여하는 정부조직개편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유발되지 않도록 정책 입안시에 민간부문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면서 모럴 해저드의 대표적 사례로 협조융자를 꼽았다.

▼소비자의식 전환〓예종석(芮鍾碩)한양대교수는 “현명한 소비란 내수를 활성화하고 사치성 소비를 억제하는 것”이라며 “시민운동과 소비자운동은 외국인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같은 소비 건전화를 꾸준히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옥(金基玉)성균관대교수도 “개방시대에 지나친 ‘국산품 애용, 외제 배격’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모임의 문은숙(文恩淑)조사부장은 “소비를 무조건 줄이는 방식보다 새로운 소비문화를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재활용하고 줄이며 유행문화를 거부한다는 취지의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리〓천광암·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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