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극복/22인 해법]금융기관부터 구조조정해야

  • 입력 1998년 5월 14일 19시 27분


“우리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정치 정부 경제 각 부문의 개혁을 투명하고 신속하게 마무리해 외국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외채 부담을 늘리지 않는 외국인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관계법령과 시스템의 조속한 정비, 금융과 기업의 확실한 구조조정, 노동계 파업 움직임의 진정 등이 앞서야 한다.”

“정치권 정부 금융기관 기업 근로자 등의 자기희생과 고통분담 없이는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어렵다.”

본보가 ‘경제회생에 힘을 모으자’ 시리즈(12∼14일자)에 이어 정부 금융계 기업계 노동계 학계 및 연구기관 전문가 22명에게 ‘경제회생해법’을 물은 결과 이같은 지적이 많았다.

특히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커녕 당리 당략에 얽매여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정치권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등 정치권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재원을 실업대책 등에 사용하자는 제안도 적지 않았다.

엄봉성(嚴峰成) 한국개발연구원 부원장은 “지금은 그냥 비상시가 아닌 경제의 전시(戰時)상황”이라며 “여야는 경제개혁법안의 입법을 가로막지 말고 초당적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 각종 개혁법안들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구조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 ‘할 일과 해서는 안될 일’을 분명히 가리고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정비해 결정된 정책은 한 목소리로 일사불란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등 시장에 미칠 파급과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한 뒤 정책을 내놓아야 하며 가급적 시장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우세했다.

기업의 구조개혁에 대해서도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보다는 금융기관들에 이를 주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 민간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문이었다.

그러나 기아 한보 동아그룹 등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특히 구조조정의 우선순위와 관련, “금융기관이 기업개혁을 주도하려면 우선 금융기관부터 과감하게 수술해 정상적인 자금공급과 여신심사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상경(郭相瓊)금융통화위원 등은 “자력으로 회생할 수 없는 금융기관은 매각 합병 폐쇄 등의 방법으로 정리하고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금융기관에는 공공자금을 지원하거나 외국자본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 및 기업의 원활한 구조개혁을 위해서는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기구나 외국 민간전문가들을 구조조정의 기획 및 집행자로 폭넓게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도 이견이 거의 없었다.

한편 전문가들은 노동계가 노사정위원회에 불참하거나 파업으로 고용조정에 대항하는 등 강성(强性)의 물리적 분위기를 보이는 점을 가장 크게 걱정했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노동계가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 외국자본의 유입이 지연돼 국가경제 전체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고통분담의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경제의 체질강화를 위해 소비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소비자 활동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나친 소비절약이나 외제배격도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됐다.

<천광암·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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