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투자대책회의 이모저모]구체성없는 대책 나열

  • 입력 1998년 3월 27일 19시 26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7일의 무역투자진흥대책회의에서 기업인들은 거리낌없이 얘기했고 때로는 서로 논쟁도 벌였다. 그러나 수출과 투자유치만이 살길이라는 데 대해서는 이의가 없었다.

회의에는 수출기업 외국인투자기업 경제단체 대표 등 1백20명이 참석했다. 외국인 기업인 9명도 참석했다. 회의는 오전10시반에 시작돼 오찬을 겸해 낮 1시10분까지 2시간40분동안 계속됐다.

다음은 대화록 요지.

▼김은상(金殷湘)무역투자진흥공사사장〓바이어 유치를 97년 4천4백명에서 올해 1만명 수준으로 늘리겠다. 이들을 내수기업에 적극 소개, 내수기업을 수출기업으로 전환토록 하겠다.

▼황두연(黃斗淵)무역협회부회장〓종합상사 등 전문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 자금력이 수출증대의 핵심요소다. 외환매매수수료 3%는 경쟁국에 비해 3∼15배 비싸다. 외환수수료 결정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손영석(孫永碩)TI코리아사장〓긴급한 샘플의 통관지연으로 거래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가 있다. 수출이 잘되는 업체에는 세관감사가 너무 많다.

▼박세용(朴世勇)현대종합상사사장〓전체수출의 30∼40%를 차지하는 무신용방식에 의한 수출을 적극 지원해달라. 대기업 구조조정도 일반제조업체와 종합상사를 동일선상에 놓고 다루는 것은 문제다.

▼나제훈(羅濟薰)신기그룹사장〓기업인의 기를 살려야 한다. 법인세부터 낮춰야 한다. 유흥업소와 수출업체에 동일한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건 문제다. 전시행정의 표본인 종합상사는 폐지돼야 한다. 종합상사의 몸집이 커질수록 중소기업을 수출전선에서 몰아내는 것이 된다.

▼하승기(河承起)하남전자사장〓중소기업 지원은 이미 시행중인 정책이 제대로 실행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규성(李揆成)재정경제부장관〓오늘 세계은행(IBRD)과 타결한 20억달러 차관중 3억달러를 무신용방식 거래 지원에 쓰겠다. 외환수수료 인하는 업계와 은행이 협의해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법인세의 단일세율은 세계적 추세이다. 중소기업에 대해 실질적 세액감소가 이뤄지는 방안을 찾겠다.

▼아드리안 멩가슨 BASF코리아사장〓언론이나 학교에서 외국인투자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해달라. 적대적 인수합병 같은 과격한 용어가 거슬린다.

▼김대통령〓기업의 어려운 점은 내게 직접 말해달라. 정부 눈치를 보거나 거리감을 두지 말라. 동지적 입장을 가져달라. 지금 무역수지 흑자는 수출이 잘돼서가 아니라 수입이 위축됐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구평회(具平會)무역협회장〓대통령이 직접 기업의 애로를 들어 주니 고맙다. 경제인들이 고무됐다. 이제는 경제계 차례다.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김우중(金宇中)전경련차기회장〓대기업들도 정부와 합의한 5개항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부에서 대기업과 정부를 이간시키려는 측도 있으나 지금은 모두 힘을 합칠 때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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