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계,「개혁」입장차 미묘…유종근고문,「책임」강조

  • 입력 1998년 3월 17일 20시 02분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공생관계다. 대기업은 유망 중소기업을 인수하려 하기보다 키워야 한다”(유종근·柳鍾根대통령경제고문)

“중소기업을 대기업이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경쟁원리에 어긋난다. 중소기업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게 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좌승희·左承喜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신정부와 재계가 17일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 모임에서 재벌개혁을 놓고 또 한번 미묘한 입장차이를 드러냈다.

유경제고문 겸 전북지사는 이날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월례조찬회에서 “기업인에게 마음이 든든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운을 떼고는 “기업인은 돈벌이가 최고의 목적이어야 하며 국익을 우선시하다 망하면 기업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이어 “내수시장이 찼다고 정부가 신규진입을 봉쇄하는 것은 불공정하다. 공정위는 공정경쟁룰 확립을 위해 완전 탈바꿈해야 한다”며 공정경쟁이 기업경쟁력을 높인다는 사실을 다른 나라 사례까지 들며 역설했다. 유고문의 이같은 발언에 이른 아침 조찬회를 찾은 2백여 재계인사들은 크게 고무됐다.

그러나 화기애애하던 조찬회는 유고문이 자리를 떠나기 직전 대기업이 유망중기를 ‘집어삼키는’ 오랜 관행을 지적하면서 분위기가 딱딱해졌다.

유고문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협조해야 모두 살아남을 수 있다” “정치인이 선거때 유권자의 심판을 받듯 경영에 실패한 기업인도 주주들의 심판을 받아야한다”는등신정부의 기업관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

유고문이 자리를 뜬 뒤 마이크를 잡은 좌원장은 “링에서 헤비급 선수들끼리 맘껏 대결하는 풍토가 이뤄지면 경량급선수와의 협조는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우회적으로 유고문을 비판했다.

좌원장은 특히 “지주회사 설립 허용으로 재벌기업을 공식화하는 것이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길”이라는 논지를 폈다.

〈박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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