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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3월 14일 0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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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위관계자는 13일 “은행 부실경영에 대해 해당 은행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은행장을 해임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있으므로 해당 은행장의 자진퇴임 여부를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부실은행 행장을 전면교체하기로 한 것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책임경영론’에 따른 것으로 대상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8% 미만인 12개 부실은행 중 은행장이 유임한 9개 은행이다.
그중 BIS 자기자본비율이 6% 미만이어서 은행감독원으로부터 경영개선조치를 받은 동화은행 등 5개 은행장에 대해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임원해임 권고를 하기 전에 알아서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부방침에 대해 은행 관계자들은 반발하는 분위기여서 앞으로의 상황이 주목된다.
정부는 이들 은행장이 자진퇴진하지 않으면 6월말 이전에 금융감독위원회가 임원해임을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다음달 1일 공식 발족하는 금융감독위원회는 은행장의 부실경영이나 중대법규 위반 등 사유가 있을 경우 ‘주총 소집을 통한 은행장 해임’을 권고할 수 있다.
또 BIS 자기자본비율이 6∼8%여서 경영개선권고를 받은 조흥은행 등 4개 은행장에 대해선 4월말까지 경영정상화 계획안을 내도록 한 뒤 6월말까지 그 성과를 봐가며 자진퇴임을 유도할지, 자리를 지키도록 할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경영개선조치를 받은 평화은행과 경영개선권고를 받은 상업 충청은행 등 3개 은행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교체선임됐기 때문에 이번의 ‘물갈이’대상에는 들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이규성(李揆成)재경부장관은 “은행 부실을 초래한 은행장들이 책임지지 않는 풍토는 문제”라며 “경영 부실을 부른 은행장들은 임기중이라도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못박았다.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도 “필요한 일을 제 때 못하는 은행 경영진은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것”이라며 “(그런 은행장은) 마땅히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정상화 계획안은 12개 부실은행이 모두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앞으로 2년 안에 BIS 비율 8%를 달성할 구체적인 계획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은행감독원은 은행들이 낸 계획안에 부실 책임이 있는 임원 해임 등 구체적 조치가 포함돼 있지 않으면 이를 승인하지 않을 방침이다.
계획안을 6월말까지 승인받지 못하면 해당 은행은 △여수신업무 제한 △예금 지급정지 △채무변제 동결 △자산처분 등을 포함한 긴급조치를 받거나 합병 및 폐쇄대상이 될 수 있다.
한편 이같은 정부 방침에 대해 한 시중은행장은 “부실 경영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며 임기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 “외채협상 대기업구조조정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은행장을 당장 갈아치우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고려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한 시중은행 임원은 “정부가 그런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정기주총 때 언질을 주어 은행장을 바꿨어야 했다”면서 “협조융자 등의 이름으로 은행부실을 낳게한 장본인인 재경부 관리들은 왜 책임을 지지 않느냐”고 비난했다.
<임규진 이용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