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되는」전문기술, 무료로 가르쳐 드립니다』

  • 입력 1998년 3월 2일 20시 08분


“잘만 찾으면 얼마든지 무료로 부업이나 취업준비를 할 수 있어요.”

16일부터 평일 오후 2시간씩 서울 서초구민회관에서 도배기술을 배우고 있는 양석현(梁石鉉·38·서울 서초구 반포동)씨.

지난해 12월 회사의 부도로 직장을 잃고 새로운 일거리를 물색하며 고민을 거듭하다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일을 배우자.’

우연히 서초구청앞을 지나다 취업대비 안내문이 눈에 확 들어왔다. 2개월 코스의 도배 강좌였다. 수강료 없이 재료비만 투자하면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더없는 매력이었다.

‘새 인생’을 시작하는 굳은 결심으로 열심히 땀흘리며 하루 하루를 보내는 양씨는 이제 실직의 아픔도 잊었다. 처음에는 주위의 시선에 신경이 쓰이기도 했지만 자격증을 따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면 ‘남의 눈이 뭐가 대수냐’는 생각이 들며 뿌듯해진다.

서초구는 올들어 ‘부녀교실’의 수강대상을 남성으로 확대하고 이름도 ‘기능교육교실’로 개편, 자동차정비 제과제빵 등 각종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한라여성교실에서 두달째 이미용기술 강습을 받고 있는 이은숙(李殷淑·34·서울 송파구 방이동)씨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오른 ‘가족 이용사’.

이씨는 가계 수입에 보탬이 되도록 ‘돈이 되는’기술, 이미용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얼마나 좋아요. 남편과 아이들 머리를 돈 안들이고 손질해 줄 수 있고 열심히만 하면 미장원에서 일할 자격도 얻을 수 있는데.”

송파구는 이미용 외에 양재 홈패션 제과제빵 등 여성대상 취업교실에 남성대상 급식조리반 도배반 이미용반을 추가 편성, 운영중이다. IMF이후엔 수강생이 크게 늘었다는 게 구청관계자의 얘기.

회사원 김모씨(40)는 요리사자격증을 따기 위해 2일부터 성북구청이 운영하는 ‘아버지 요리교실’에 수강신청을 했다.

불시에 닥칠지도 모르는 ‘실직위기’에 미리 대비하자는 생각에서다. 수강료 무료, 재료비만 본인이 부담하면 롯데호텔 조리기능장으로부터 조리사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49가지 요리법을 배울 수 있다는 안내문을 보고 기대에 부풀어 있다.

2개월 코스로 매주 월 수 금요일 2시간씩. 수강시간이 야간이라 직장을 다니는 김씨에겐 부담이 없다.

서울 대부분의 구청이 이처럼 기존의 취미 교양강좌의 편제를 대폭적으로 개편, 전문적인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실습교육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본인이 하기에 따라서는 수료후 부업이나 취업까지 할 수도 있어 새 일을 찾아 나서는 실직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명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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