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체제 개혁움직임 구체화…亞금융위기 계기

  • 입력 1998년 2월 17일 20시 14분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국제금융체제를 개혁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국제금융거래의 불안정성과 세계적인 투자자본의 속성을 고려할 때 아시아의 금융위기는 ‘일회성 질환’이 아니라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전염병’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하루 자본거래량이 2조달러에 육박하는 현재의 국제금융시장 규모에서 수백억달러의 기금으로 운용되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로는 대응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해 동남아 위기가 시작됐을 때부터 많은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방지대책을 제시했고 최근에는 미국 주도로 국제적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 ▼국제간 공조(共助)움직임〓2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릴 서방 선진7개국(G7)회의와 4월중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22개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특별회의에서 이 문제가 깊이있게 논의된다. 이에 앞서 G7과 개도국 등 22개국 재무차관들은 17일 워싱턴에서 만나 4월 워싱턴회의의 의제 등을 미리 협의했다. 이들 일련의 회의에서는 금융위기 대책이 주의제로 다루어진다.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지면 5월 G7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를 이끄는 주요국의 대표들은 이들 회의에서 금융위기 재발방지대책으로 민간자본이 개발도상국에 들어가고 나오는 움직임을 면밀히 감시하는 조기경보체제 구축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즉 IMF를 중심으로 개발도상국의 민간외채 규모와 상환일정, 외환보유고 등 외환관련 자료뿐만 아니라 자금을 제공하는 선진국 민간은행의 대출정보도 공개토록 한다는 것. 이렇게 할 경우 각국 부채의 기간별 내용까지 파악돼 3개월 또는 6개월 후의 자금흐름을 예측, 위험을 미리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위기 처방책〓이미 다양한 위기처방책이 제시됐다. 71년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에 대해 세금(일명 토빈세)을 매길 것을 제안했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토빈 미국 예일대교수는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최근 토빈세 도입을 다시 강력히 주장했다. 미국 하버드대 제프리 삭스교수는 자본의 급격한 유출을 막기위해 ‘국제파산제’ 도입을 제안했다. 위기상황의 국가에 ‘국제파산’을 선고한 뒤 채권자들에게 채권을 보장해 줘 민간자본이 급격히 유출되는 것을 막자는 내용. 채권은행들로부터 대출금의 일정액을 보험금으로 받고 회원국들의 외채규모 등을 고려해 상한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채무지급을 보장하자는 ‘국제대출보험기구’설립 제안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는 국제금융가의 큰 손 조지 소로스의 아이디어다. 〈김승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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