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재벌개혁]한국경제 「엔진」이 바뀐다

  • 입력 1998년 1월 13일 20시 04분


재벌들이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에게 약속한대로 개혁과정을 밟게 되면 한국경제는 뿌리부터 새롭게 바뀐다. 정치권력과 관료 및 재벌로 얽힌 한국의 성장엔진이 전문 대기업과 중소기업, 벤처기업으로 교체된다. 재벌개혁은 정부조직과 금융산업 구조개편과 맞물리면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시스템과 운영원리가 모두 바뀌는 셈이다. 4대그룹 총수들이 김차기대통령에게 약속한 ‘기업구조조정 5개항’은 사실상 재벌의 해체를 의미한다. 특히 재벌총수들은 문어발식 경영을 포기하고 전문대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김차기대통령의 민주적 시장경제론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재벌들은 이제 자동차 조선 반도체 석유화학 등 자본집약적 산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규모의 경제가 요구되는 분야에서 전문대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얘기다. 재벌의 이같은 변신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중소기업들은 섬유 신발 유통 등 노동집약적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또 기계부품 등 대기업 하청관련 분야도 과거와 달라진다. 수천개 부품이 들어가는 자동차회사의 경우 재벌들은 사돈의 팔촌까지 ‘독점 납품권’을 나눠줬다. 기술혁신에 신경쓰는 건전한 중소기업이 진출할 영역이 거의 없었던 셈이다. 결합재무제표가 작성되면 감춰진 위장계열사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혈연 등에 의존했던 업체들은 살아남기 어렵게 된다. 정보통신서비스 소프트웨어분야는 벤처기업의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기술과 지식으로 무장한 벤처기업은 우리경제의 희망. 인적 물적자원에 정보까지 독점한 재벌들은 그동안 벤처기업의 사업아이디어를 쉽게 가져갈 수 있었다. 경영권도 보다 민주화된다. 지배주주 및 경영진의 책임강화는 재벌총수의 전횡을 어렵게 할 것이다. 오너 스스로도 모든 경영권을 행사하는 일이 부담스러워진다. 금융산업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뤄질 경우 재벌의 경영환경도 크게 바뀐다. 은행들이 과거처럼 돈을 퍼줄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 더욱이 국내시장에 등장하는 외국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재벌개혁의 또다른 축이 될 전망. 시장경쟁이 보다 가속화한다는 얘기다. 재정경제원 관계자는 “재벌이 스스로 개혁을 선언한 것은 김차기대통령을 의식한 것도, 국민경제를 고려한 것도 아니다”며 “개혁하지 않으면 IMF한파에 얼어 죽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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