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눈앞에 닥친 금융 빅뱅

  • 입력 1997년 12월 16일 20시 38분


정부가 출자해 사실상 국책은행이 된 서울은행과 제일은행 중 한 곳을 내년중 외국금융기관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금융 빅뱅의 막이 오른 것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내년 4월까지 경영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하는 은행 종금사 증권사 등에는 경영개선 또는 인수권고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금융산업 전반에 인수합병(M&A) 태풍이 몰아닥칠 전망이다. 스스로 부실을 털고 일어서지 못하는 곳은 문을 닫거나 M&A밖에 길이 없게 됐다. 대형 시중은행을 외국인에게 인수시키기로 한 것은 향후 부실금융사 정리의 모델이 될 것이다. 국내 기업간의 M&A는 물론이고 필요하면 외국자본에도 금융산업을 차별 없이 개방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강력한 금융개혁으로 대외신뢰도를 높여 외자조달 기회를 넓히고 외국금융자본을 유치해서라도 부실은행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거대한 자본력과 첨단경영기법으로 무장한 외국금융사가 진출하면 국내 금융기관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조속한 시일내에 대형화 전문화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외국금융자본이 국내시장을 급속하게 잠식하고 산업까지 지배할 우려가 높다. 개방화시대에 국제기준에 어긋나는 규제로 영업을 제한할 수는 없다. 따라서 국내 금융기관간 또는 기업에 의한 M&A가 신속하게 추진되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일이 급하다. 금융의 지나친 대외종속은 막아야 한다. 외국인에게 은행인수를 허용하는 마당에 역(逆)차별적인 재벌그룹의 은행 소유를 막을 수는 없다. 문제는 금융자원 배분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는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에 어떻게 제동을 거느냐에 있다. 계열사간 상호출자와 지급보증 해소, 대주주에 대한 여신제한 등 철저한 보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적어도 금융기관이 재벌의 사(私)금고로 활용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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