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변동환율제가 처음 실시된 16일 중소수출업체와 일반인들이 달러화를 내다팔아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마치 롤러코스트처럼 급강하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얼마간 하향안정세를 보이더라도 연말을 전후해 다시 고비를 맞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남아있다.
▼외환시장 상황〓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한때 기준환율보다 2백93.70원이나 낮은 1천3백50.00원까지 폭락했다. 대체로 전날보다 2백원이상 떨어진 1천4백원선에서 거래됐다. 은행 환전창구에는 달러를 팔려는 고객으로 큰 혼잡을 이뤘으며 외화예금통장을 중도해지하고 원화로 환전하는 일반인들도 적지 않았다.
지난 15일 갑작스런 환율 폭락에 충격을 받은 일반인들은 외환시장이 마감된 이후에도 각 은행지점에 『수만달러를 미리 맡길테니 16일 기준환율로 팔아달라』고 문의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15일 마감시간 이후에 거래된 규모만도 최고 1억달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중소 수출업체들과 개인들의 투매공세에도 불구, 대기업들은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화를 여전히 보유했으며 금융기관들도 자체 외환거래를 거의 중단한채 시장을 관망했다. 외국인들의 주식 및 채권투자자금 유입도 미미했다.
유럽계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원―달러환율 하락에 대해 의아해하는 외국인들이 많다』면서 『외국인들은 한국시장이 불안하다는 시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달러부족현상은 근본적으로 개선된 것이 없으며 이번 하락은 심리적 요인 탓』이라고 진단했다.
▼원―달러환율 전망〓홍콩 상하이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이같은 근본문제들이 개선되지 않는 한 원―달러환율은 어느 한 순간에 2천원을 향해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 이유로 『금융기관들이 무역금융을 기피, 수출 대기업들이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고 싶어도 바꾸지 못하고 있다』는 사례를 들었다. 또 해외금융기관의 상환요구를 받고 있는 국내 금융기관들도 달러화 부족위기를 완전히 넘겼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따라서 외환시장의 안정여부는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 등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지원자금을 얼마나 빨리 들여오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는 게 외환딜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 위기를 넘길 경우 장기적으로는 원―달러환율은 지금보다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金京源)수석연구원은 『내년 1월까지 원―달러환율은 1천4백∼1천6백원 사이에서 주로 움직이다가 내년말에는 9백50원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또 대우경제연구소 이재호(李在浩)선임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한동안 심한 변화를 거듭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1천1백∼1천2백원선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강운·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