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차가 몰려온다」.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일본산 자동차의 한국시장 상륙을 앞두고 국내 자동차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초 일본산 자동차는 수입선다변화 품목에서 해제되는 99년부터 수입이 허용될 예정이었으나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 신청에 따라 그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과 함께 IMF를 주도하고 있는 일본이 IMF를 통해 수입시기를 앞당기도록 압력을 가할 경우 정부가 이를 거부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바뀌고 있는 것.
일본차의 위력은 미국시장을 석권한데서도 엿볼 수 있다.
도요타자동차의 캄리가 올들어 지난 9월말까지 모두 30만1천대 팔려 미국내 판매 1위를 기록했으며 혼다의 어코드는 26만8천대로 3위를 기록했다.
국내업체들이 일본 자동차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차중 상당수가 한물간 일본 자동차를 벤치마킹했거나 기술제휴로 생산됐기 때문. 일제차에 대한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얘기다.
국내 대형승용차 중 최고 인기차종인 현대자동차의 그랜저는 미쓰비시의 데보니아 모델을 국내에서 생산한 것이며 기아의 엔터프라이즈는 마쓰다의 센티아를, 대우의 아카디아는 혼다의 레전드를 그대로 옮겨온 것.
이밖에 △현대정공의 갤로퍼(미쓰비시 파제로) 싼타모(〃 샤리오) △대우의 티코(스즈키 알토) △기아의 포텐샤(마쓰다 루체) 콩코드(〃 626)등 일본모델을 들여와 생산한 국산차는 부지기수다.
또한 일본이 지근거리에 있는 만큼 애프터서비스가 용이하고 부품을 다른 수입업체에 비해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점도 미국 유럽업체를 앞선다.
일본업체들은 한국시장 진출을 수년째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작년부터 미국산 아발론을, 스즈키는 경지프인 사이드퀵을 들여와 한국시장을 시험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6백대가량 판매된 아발론은 현대의 마르샤처럼 대형과 중형승용차 사이에 끼여있는 어중간한 모델로 간주돼 도요타 모델 가운데 판매가 가장 저조한 것중 하나.
도요타가 후보선수급인 이차종을 한국진출 첫모델로 선정한 것은 한국업체들의 경계심을 자극하지 않고 한국시장을 테스트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도요타는 미국시장을 석권한 캄리와 랜드크루즈 프라도 등 3개 차종을 시판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국내업체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쓰비시는 지난 6월 국내 일간지에 대표차종인 「갤랑」광고를 게재했다. 또 국내에 들어와 있는 미쓰비시상사를 통해 삼환카뮤 두산 등 국내업체와 접촉하면서 판매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쓰비시는 갤랑과 디아망테 이클립스 등 대표차종을 들여올 것으로 전망된다.
혼다는 국내제휴선인 대림자동차를, 닛산은 삼성을 통해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업체들은 반일감정 등을 우려해 조심스러운 판매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의 히로시 오쿠다사장이 지난달말 한국언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리하게 한국시장에 진출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판매물량을 늘려나가겠다』고 밝힌데서 판매전략의 일단이 읽힌다.
〈이희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