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들「벤처기업 변신」시도…특혜 발표후『혜택 누려보자』

  • 입력 1997년 11월 14일 20시 14분


최근 정부가 벤처기업에 대한 각종 특혜를 발표하자 기존 중소기업체도 벤처기업의 요건에 맞게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93년 창업해 그동안 컴퓨터프린터 공유기를 제조 판매해온 RUI사. 전체인원 20명중 현재 개발인력이 3명뿐인 이 업체는 어느 조항을 따져도 벤처기업에는 들지 않는다.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는 벤처기업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5% 이상이거나 특허 실용신안이 주된 사업인 업체, 또는 공업기반기술 신기술개발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업체는 내년 상반기까지 연구개발인력을 2배 가량 늘리고 무선 프린터의 개발에 착수, 연구개발비 비중을 연 매출액 40억원의 5% 수준인 2억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벤처기업상담과를 둔 중소기업진흥공단에는 이처럼 벤처기업 요건을 묻는 중소업체의 전화가 하루에 20∼30통씩 쇄도하고 있다. 회사의 재무제표를 직접 들고와 구체적인 R&D비용 계산항목이 어떻게 되는지 묻는 업체도 있다. 그러나 실제 벤처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업체는 전자 정보통신 소재 등 일부 업종에 국한돼 있다. 재래업종 생산업종은 현 R&D비용이 전체 매출액의 0.4∼0.7%에 불과해 지원대책이 「그림의 떡」인 셈. 이 때문에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원사중 상당수는 『너무 벤처기업만 편애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또 자칫 벤처기업 요건에만 자로 잰 듯이 맞추다 보면 의외의 해프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창투사가 10% 이상 투자한 회사가 벤처기업으로 분류되다 보니 빵집 주유소도 벤처기업이 된 경우도 있다. 벤처기업협회의 유용호(柳龍昊)실장은 『중소기업체들이 벤처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엄정한 벤처기업 심사기관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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