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벤처기업에 대한 각종 특혜를 발표하자 기존 중소기업체도 벤처기업의 요건에 맞게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93년 창업해 그동안 컴퓨터프린터 공유기를 제조 판매해온 RUI사. 전체인원 20명중 현재 개발인력이 3명뿐인 이 업체는 어느 조항을 따져도 벤처기업에는 들지 않는다.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는 벤처기업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5% 이상이거나 특허 실용신안이 주된 사업인 업체, 또는 공업기반기술 신기술개발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업체는 내년 상반기까지 연구개발인력을 2배 가량 늘리고 무선 프린터의 개발에 착수, 연구개발비 비중을 연 매출액 40억원의 5% 수준인 2억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벤처기업상담과를 둔 중소기업진흥공단에는 이처럼 벤처기업 요건을 묻는 중소업체의 전화가 하루에 20∼30통씩 쇄도하고 있다.
회사의 재무제표를 직접 들고와 구체적인 R&D비용 계산항목이 어떻게 되는지 묻는 업체도 있다.
그러나 실제 벤처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업체는 전자 정보통신 소재 등 일부 업종에 국한돼 있다. 재래업종 생산업종은 현 R&D비용이 전체 매출액의 0.4∼0.7%에 불과해 지원대책이 「그림의 떡」인 셈.
이 때문에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원사중 상당수는 『너무 벤처기업만 편애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또 자칫 벤처기업 요건에만 자로 잰 듯이 맞추다 보면 의외의 해프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창투사가 10% 이상 투자한 회사가 벤처기업으로 분류되다 보니 빵집 주유소도 벤처기업이 된 경우도 있다.
벤처기업협회의 유용호(柳龍昊)실장은 『중소기업체들이 벤처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엄정한 벤처기업 심사기관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