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금융빅뱅」]「非實非實 국내銀」대수술 불가피

  • 입력 1997년 11월 14일 20시 14분


금융개혁 입법이 이루어지면 국내 은행들은 전례없이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 내몰릴 전망이다. 내년말까지는 금융시장 개방계획에 따라 현지법인 형태의 외국계은행 설립까지 자유로워진다. 그런데 우리 은행들은 하나같이 「레슬링 경기에 나갈 선수가 몸져누운 꼴」이다. 단적인 예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일반은행의 올 상반기(1∼6월) 수지상황. 전체적으로 7백78억원의 적자였다. 반면 50개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은 같은 기간(일본계는 4∼9월) 전년동기비 38% 늘어난 2천8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같은 시장에서 영업했는데 왜 이같은 격차가 났을까. 금융계에서는 『대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가 깨지면서 국내 은행의 수익구조가 망가졌기 때문』이라고 인정한다. 6개월 이상 이자가 연체되고있는부실여신까지 합치면일반은행의 6월말 현재 실질적 부실여신은 총20조7천억원. 여기에다 기아 대농 진로 등의 여신까지 보태면 대부분 은행들은 적자로 장부를 붉게 물들일 것이 확실하다. 금융개혁위원회 이덕훈(李德勳)행정실장은 『국내은행은 이제 시장점유율 위주의 경영전략에서 수익률 위주로 대전환하는 것과 자산―부채의 위험에 대비해야 하는 단기과제를 마주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규제와 보호틀 안에 안주하려해서는 시장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은행들은 앉아 있어도 저축이 찾아들고 부동산을 담보로 누구에게나 고금리로 대출하면 되는 예대마진위주의 경영에 너무 익숙해있다』며 『저축은 금리에 따라 예민하게 들락날락하며 부동산 담보는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는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부동산담보는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라면서 『담보물을 경매에 내놓아도 5차, 6차까지 유찰돼 결국 은행은 대출금의 20%정도를 건지곤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대출을 원하는 기업의 투자가 성공할지 어떨지를 판단할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지 않으냐』고 답답해 했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일정액 이상의 여신은 여신심사위원회의 결의를 거쳐 실행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관계자들은 『그런 방식도 돈을 받지 못하게 됐을 때 모두 책임지게 함으로써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식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번 금융개혁법안 가운데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것과 통합예금보험공사의 설립은 국내 은행의 신변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를테면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을 기준으로 △1단계 6∼8%선이면 경영지도 △2단계 4∼6%선이면 경영진 퇴출 △3단계 2∼4%선이면 합병권유 △2%미만이면 영업권 취소 및 강제퇴출시키는 방안이 깊이있게 논의되고 있다. 금개위의 이실장은 『정부가 망할 소지가 있는 금융기관은 새 주인을 찾아주거나 사정이 괜찮은 은행 두세개를 합쳐 대형은행으로 탈바꿈하도록 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3, 4개의 리딩뱅크(주도적 은행)가 만들어지고 나머지 은행들은 소매금융 또는 도매금융으로 완전 특화하는 구조개편의 막이 오른 것이다. 다만 이 경우 기존 금융기관의 대폭적인 인원감축이 불가피하고 일반 예금자보호에 관한 확실하고 투명한 원칙이 제시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생산성을 지금보다 두배로 늘리든지, 아니면 스스로 은행문을 걸어 나가야 하는 「인사태풍」이 불어올 것』이라면서 『우선 경영전략팀이나 신금융개발팀 등을 가동중이나 전문인력은 부족하고 남는 인력은 넘쳐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윤희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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