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융사들이 사상 최악의 외화자금난에 내몰리고 있다. 심지어 일부 종금사는 연내 해외부문에서 「부도선고」를 받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올들어 국제신뢰도가 실추돼 외화차입줄이 사실상 끊겨버린 종금사들은 지난해 빌린 수억달러의 차입금이 속속 만기가 돌아오는데도 만기연장이나 신규차입할 방법이 없어 24시간 몸살을 앓고 있다.
작년 11월경 해외 금융시장에서 발행한 변동금리부 달러예금증서(FRCD)의 상환이 이달중 집중되는 게 가장 큰 문제.
3년만기이지만 1년 상환부조건이 딸린 이 외화자금은 순수한 외국계 자금으로 한국 금융기관의 부실화 정도를 잘 알고 있는 외국인들이 연장에 동의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게 종금사 국제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소재 8개 전환종금사의 경우 회사별로 약 5천만달러씩 FRCD를 발행, 당장 상환해야할 빚이 4억달러에 이른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해외 외화조달이 어렵게 된 것도 종금사를 벼랑끝에 몰게 한 요인.
이들 은행은 해외에서 발행한 약 10억달러 규모의 기업어음(CP)만기가 20일부터 쇄도하는데도 수중에 달러화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는 최근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한 여파 때문이다.
여기에다 일본계 금융기관이 12월 결산기에 맞춰 한국 금융기관에 꿔준 외화자금을 회수할 가능성도 적지않아 이래저래 종금사는 풍전등화의 처지.
나라종금 이재우(李在祐)상무는 『CP차환 발행이 무산되면 국책은행은 종금사와 시중은행에 빌려준 외화자금을 받아서 갚아야 할 것』이라며 『안팎으로 외화 빚독촉에 문을 닫아야할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더욱이 종금사는 지금까지 콜시장에서 원화를 차입,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여 급한 불을 껐는데 콜자금 공여를 거부하는 시중은행들이 늘어나면서 원화와 외화자금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 종금사 임원은 『콜차입이 힘들어진 종금사가 원화자금 조달을 위해 종전 대출자금을 회수, 시중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며 『대출금회수→기업자금난가중→부도확산의 과정을 거쳐 금융권이 부실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