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의 어려움 등에 따라 30대 재벌그룹들이 내년 중 공장신설 등 시설투자액을 올해보다 줄여 경기회복이 그만큼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30대 그룹의 내년도 국내 시설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 추정실적(52조9천7백70억원)보다 1.39% 감소한 52조2천4백6억원에 그칠 것으로 집계됐다고 12일 밝혔다.
시설투자 증가율이 감소세로 전망되는 것은 지난 92년 전년대비 10.2% 감소 이후 6년만에 처음이다. 대기업들이 향후 경기를 그만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30대 그룹 중 내년 투자를 올해보다 줄이겠다는 그룹은 16개, 올해만큼 투자하겠다는 그룹은 4개로 조사됐다. 대우와 선경은 올해 실적보다 5천억∼7천억원 정도 늘릴 계획이지만 삼성은 20%가량 줄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규모별 내년 투자계획은 △10위권이내의 그룹들은 올해보다 1.2% 줄이고 △11∼12위권 그룹들은 4.8% 줄이며 △21∼30위권 그룹들은 4.7% 늘리겠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대그룹들이 내년 시설투자를 줄이려는 이유로는 투자자금 조달난(34.1%)을 가장 많이 꼽으며 다음은 투자수익률 저하(20.5%) 재고증가(20.5%) 내수감소(11.4%) 등이 주로 지적됐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 전력 의약품 등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산업이나 유통 건설업 등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 업종의 투자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기계 등 중화학공업은 공급과잉에 따른 재고부담과 국제가격의 약세 등으로 생산설비확장투자는 자제하고설비자동화 등 전략적 투자에 치중할 전망이다.
〈이영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