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결혼요람 SI업계/삼성SDS]민경철-김혜선커플

  • 입력 1997년 11월 11일 08시 11분


지난해 2월 입사한 삼성SDS의 민경철(閔慶澈·26·증권IS실) 김혜선(金惠宣·26·정보운영팀)부부는 근무지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단점을 전자우편으로 극복한다. 이들의 전자우편에는 디지털 그림엽서와 「음냐, 보고싶다」 「편지 받아라이 얏!」 등 애교 넘치는 내용이 가득하다. 「당신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난 경철씨가 너무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워요…」 「자기와 넉넉한 휴일 한 번 보냈으면…」. 민―김 부부가 처음 만나던 날. 민씨는 지난해 입사 신체검사를 마치고 병원 택시 승강장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던 김씨에게 「접근」했다. 『지하철역에 갈 거면 우리 돈이나 좀 아끼죠』 그러고 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민씨는 그때 김씨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서울 강남의 삼성SDS 교육본부까지 따라 갔다. 그는 전화번호를 교환한 후에야 집으로 향했다. 신입사원 교육도 같은 시기에 받았다. 연수원에서도 틈만 나면 커피 자판기앞에서 만나 카페인에 중독될 정도로 커피를 마셨다. 이후 본사에서 열린 기술교육에서는 사원들에게 제공되는 PC통신 ID를 이용해 매일 아침 편지를 주고받으며 「접속」을 계속해나갔다.이때도 둘의 「접선」장소는 커피자판기 앞. 부서 배치가 끝나고 마침내 사내전산망을 이용할 수 있게 되자 둘 사이의 시간과 공간의 장벽은 사라지는 듯했다. 하루에도 수차례씩 전자우편을 띄우면서 서로의 관심을 확인했고 힘든 과제물이 있을 때는 함께 해결했다. 네트워크기술 전문가인 민씨가 김씨에게 주로 도움을 줬다고. 너무 바빠 한동안 편지가 없어 「이렇게 끝나는 건가」상심한 적도 있었다. 여자가 PC통신으로 먼저 안부편지를 날렸다. 다음날 다시 통신에 접속했을 때 남자에게서 답장이 와 있는 것을 본 김씨는 자기도 모르게 목이 멨다. 편지를 열어본 김씨의 눈에는 눈물이,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음냐, 보고 싶었다」는 남자의 편지. 『음냐라는 말이 왜 그렇게 멋있게 들렸는지 모르겠어요』 김씨는 당시의 감동을 앞으로도 못 잊을 것 같다고. 유독 SI업계에 사내커플이 많은 것에 대해 민씨는 『유사한 분야의 전문 인력이 많아 서로 대화가 잘 되는 것 같다』고 추측한다. 〈나성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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