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경영진과 채권단의 경제분쟁이 화의(和議)신청과 법정관리 신청 등 법률분쟁 양상으로 번지면서 국내 1∼3위의 로펌(법률회사)이 대리인으로 나서 치열한 「법률전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법원(서울지법 민사50부)에 계류중인 기아자동차 관련 사건은 기아 경영진이 제기한 화의신청과 채권단이 제기한 법정관리 신청 등 두가지.
이 중에서 기아의 화의신청은 국내 최대규모의 로펌인 「김&장」(대표 김영무·金永珷 변호사)이 맡고 있다. 「김&장」은 국내외 엘리트 변호사 1백20여명으로 이루어진 동양 최대의 로펌.
법리에 관한 한 비슷한 숫자의 판사를 거느린 서울지법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이 나돌 정도로 막강한 곳. 「김&장」은 기아 경영진이 경영권을 유지한 상태에서 채권단과 협의, 일정 기간을 두고 빚을 갚아가는 화의제도로 기아사태를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채권단은 세종법무법인(대표 신영무·辛永茂 변호사)을 내세워 24일 법정관리신청을 냈다. 세종은 국내변호사 39명과 외국변호사 11명 등 모두 50명의 변호사로 이루어진 국내 3위의 로펌이다.
법정관리는 채무가 일정기간 동결된다는 점에서 화의와 비슷하지만 경영진이 교체된다는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기아경영진은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기아측은 이에 따라 「김&장」에 이어 국내 2위의 로펌인 태평양법무법인(대표 배명인·裵命仁 변호사 등)을 내세워 법정관리 신청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국내 변호사만 42명이 모여 있는 태평양은 외국기업보다는 주로 국내기업의 사건을 많이 맡아왔다.
태평양은 28일 『기아법정관리는 이해관계자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만큼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하는 비송(非訟)절차에 따르지 말고 일반 소송사건처럼 양쪽의 변론과 심문을 거치는 소송구조에 따라야 한다』는 의견을 담당 재판부에 냈다.
「김&장」과 태평양은 한화종금 경영권 분쟁과 신한종금 소유권을 둘러싼 국제그룹 양정모(梁正模)전회장과 사위인 두양그룹 김덕영(金德永)회장의 분쟁 등 대형 기업관련 사건에서 사사건건 대립해오다 이번 사건에서는 함께 손을 잡고 정부쪽에 맞서고 있다.
〈이수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