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WTO시대의 쌀 경쟁력

  • 입력 1997년 10월 26일 19시 37분


정부 자문기구인 양곡유통위원회가 내년도 쌀 수매가격을 동결하고 수매량은 올해보다 40만섬 줄이는 8백10만섬으로 건의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농민들로서는 아쉽겠지만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 허용범위 내에서 수매량을 최대한 늘리려면 가격동결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다양한 농가소득원 개발과 함께 쌀의 생산 유통 수매제도를 WTO 규범에 맞춰 발전시키는 일이 급하다. 쌀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생산방식의 혁신이 절실히 요구된다. 수확 수매 건조 도정 포장을 일괄처리하는 미곡종합처리장(RPC)시스템 도입으로 수확이후의 노동비용이 35%나 절감됐다. 생산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RPC시설 확대와 기존시설의 증대가 필요하다. 위탁영농 및 영농법인에 의한 전업농(專業農)체제로 농사규모를 늘리는 것도 과제다. 국산 쌀값이 국제시세의 4∼5배나 되는 실정에서 생산비 절감만으로는 경쟁력 향상에 한계가 있다. 우리 입맛에 맞는 고급품종 개발로 수입쌀과 경쟁체제를 갖추도록 하는 일은 정부 몫이다. 농민들도 농약이나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는 유기(有機) 특수농법으로 안전한 쌀을 생산해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데 주력해야 한다. WTO 규정상 쌀 보조금은 95년 2조3백억원에서 2004년에 가면 1조4천억원으로 축소된다. 정부 지원이 줄어드는 이상 쌀시장의 민간유통기능 활성화는 필수적이다. 계절진폭을 허용한다면서도 쌀값이 오르면 정부미를 대량 방출하는 식이어선 민간기능 활성화가 요원하다. 수확기에 농가가 농협이나 민간상인에게 쌀 판매를 위탁하고 이를 담보로 융자를 받는 융자수매제는 검토할 만한 과제다. 그러나 수매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당분간은 현행 약정수매제를 보완하는 형태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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