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도미노」 끝이 안보인다…올해 재벌급만 벌써 9개

  • 입력 1997년 10월 16일 19시 50분


국내기업들의 부도행렬이 끝이 안 보인다. 금융계에는 『올해 안에 몇개 재벌급이 더, 내년에는 20여개가 존망의 기로에 설 것』이라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15일에도 태일정밀이 부도유예협약을 적용받고 ㈜쌍방울이 화의신청을 했다. 이로써 올해 부실기업으로 분류된 재벌급 기업은 한보 우성 삼미 진로 대농 한신공영 기아 쌍방울 태일정밀 등 무려 9개. 상장기업 가운데 올해 부도 또는 법정관리, 화의신청을 한 곳은 28개다. 사상 가장 극심한 「부도 도미노」물결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부도 행진의 원인과 구조〓한국신용정보 오광희(吳侊禧)이사는 『기업부도행렬은 재무구조와 자금력에 비해 무리한 투자를 한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쌍방울이 내의가 안팔려, 진로가 소주가 안팔려, 기아가 자동차가 안팔려 부도를 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연구원 박경서(朴景緖)자본시장팀장도 『무슨 수로든 차입해다 일을 벌여 놓으면 된다는 오너들의 인식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우경제연구소 이한구(李漢久)소장은 『무모하게 벌인 사업에서 물러나려 해도 이미 퇴출이 불가능해진 기업들이 금융권의 동요에 따라 건강상태와 관계없이 무너진다』고 진단했다. ▼부도 도미노 언제까지 계속되나〓향영리스크컨설팅 이정조(李定祚)사장은 『이대로 가면 올해 안에 4, 5개가 더 쓰러지고 내년에는 25개 가량의 대기업이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광희이사도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데도 부도행진은 계속되고 현재 위기에 봉착한 대기업은 40∼50개로 추정된다』며 『부도 도미노는 경기가 회복돼도 앞으로 2, 3년간 계속되고 이들 중 몇개나 쓰러질지 내다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한구소장은 『대기업 가운데 현금흐름 등에 비추어 무서운 자구노력이 없으면 몇개는 더 각오해야 할 것같다』고 말했다. ▼지금 효율적인 구조조정 중인가〓박경서팀장은 『지금은 구조조정단계이며 우리 경제가 경쟁력을 송두리째 잃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다만 재벌들이 충분히 견딜 수 없는데도 정부가 퇴출을 막고 기업들은 타성에 젖어있는 게 문제라는 것. 반면 이한구소장은 『막무가내식의 구조조정이 진행중이어서 멀쩡한 기업까지 골병이 들고 있는데 정치권에서 예민한 경제계를 들쑤시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병욱(李炳旭)금융재정실장은 『우리 경제여건상 구조조정이 원활하지 못하다』며 『기업부도를 시장내에서 수용할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조사장은 『지금은 신용공황의 초기단계로 정부가 긴급재정명령을 검토해야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윤희상·이희성·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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