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방향표지판 광고료 논란…역주변 건물에 비용부과

  • 입력 1997년 4월 14일 08시 21분


지하철역 구내의 방향표지판이 난데없는 「광고료」 논란을 빚고 있다. 서울지하철공사는 최근 1∼4호선역 방향표지판을 유료화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역 주변 대형기업체 기관 등을 상대로 「공개모집」에 들어갔다. 공사측은 『지하철 역 주변 상권이 발달해 기업들의 표기신청이 쇄도하고 있어 이를 공개경쟁에 부치고 수혜자에게 표기비용을 부담케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즉 방향표지판으로 「광고효과」를 누리는 곳에 「수익자 부담원칙」을 적용한다는 것. 오는 7월을 기해 재정비될 표지판 기재료는 한개당 연간 70만∼89만원. 1등급인 시청역 매표소 앞 표지판의 경우 89만원으로 가장 비싸며 역과 표지판 위치에 따라 차등화했다. 유료화 대상은 백화점 병원 금융기관 학원 기업체 언론기관 등이며 지명(地名) 관공서 학교 아파트 등은 계속 무료로 기재된다. 공사측이 내세우는 유료화 배경은 「형평성」. 공사측 관계자는 『역 주변에 새로운 건물이 자꾸 들어서면서 신규 표기신청이 빗발쳐 기존 표기자에 대해 무한정 기득권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만성적자를 타개하기 위한 수익확보에 있다. 이미 이름이 올라가 있는 기업체 등은 느닷없는 유료화 방침에 떨떠름한 반응이다. 한 백화점 직원은 『우리가 먼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표기해 놓고 이제 와서 돈을 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시민들에게 길안내를 해주면서 웬 유료화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시청역 부근에 본사가 있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공사측 요구대로라면 시청역 2호선 표기판 10여개에 이름이 올라있는 우리 회사는 이 역에만 1년에 7백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며 적지않은 비용부담에 반발하고 있다. 공사측은 기존표기자 중 「계약」을 안할 경우 오는 6월30일 이전에 표지판에서 이름을 뺄 계획. 대상 기업측은 하루 수만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역 표지판의 광고효과를 무시할 수 없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계약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하철 5∼8호선을 운영중인 도시철도공사측은 『표지판을 유료화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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