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성 기자] 해외에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자금(怪資金)이 국내기업을 유혹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체들이 최근 아시아 건설시장에서 자금조달과 함께 시공권을 따내는 이른바 「프로젝트 파이낸싱」형 공사를 많이 벌이면서 거액의 괴자금 유혹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 정체불명의 괴자금은 국내에서 한때 논란을 빚은 괴자금처럼 주인이 얼굴을 숨긴채 액수가 적게는 1억달러 많은 것은 10억달러에 금융기관보다 싼 이자 조건을 제시하면서 사업을 추진하다 본계약이 체결될 때 별도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게 특징.
특히 이들 괴자금은 국내에 활동중인 자금중개인(론 브로커)을 통하거나 유령회사(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고 국내업체들에 접근하고 있다.
우선 이들은 국제금융기관의 절반 정도인 이자를 내고 자신들의 돈을 이용하도록 제안하면서 출처에 대해선 일절 비밀에 부쳐줄 것을 요구한다는 것.
통상 국내업체들이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이용하는 자금의 이자 수준은 리보(LIBOR)금리에다 은행수수료가 포함돼 연7.0∼8.0% 정도. 그러나 이들이 제시하는 괴자금의 이용금리는 평균 3.0∼4.0% 포인트 정도 낮은 연 3∼4%대 수준이다.
이후 가계약때까지 괴자금 전주(錢主)들은 어떤 요구도 없다가 본계약때 통상 2% 정도의 별도 이자를 요구한다고 한다. 장부외 거래로 해달라는 요구와 함께.
이 경우 국내기업들은 정상적으로 조달하는 자금보다 금융부담이 적은데 상당한 유혹을 느끼지만 2% 추가비용을 처리할 방법이 없어 대부분 이용을 포기하게 된다고 한다.
1군업체인 S사와 P사의 경우 지난해 공동으로 베트남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괴자금의 유혹이 있었으나 결국 이용을 거절했으며 비슷한 사례가 2,3건 정도 더 있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밝혔다.
대형건설업체인 D사 관계자도 『1년에 1,2건 정도 자금중개인들로부터 출처에 대해선 묻지 말고 싼 이자로 돈을 쓰겠느냐는 제안을 받는다』며 『금액 규모가 어떤 경우엔 10억달러를 넘는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경우엔 회사의 명의를 빌려 자금을 쓰겠느냐는 제안도 있는데 모두 별도의 수수료 등을 요구하고 있어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업체들이 아시아 건설시장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추진하자 이같은 괴자금의 유혹이 늘고 있다』며 『불법적인 돈이라는 심증은 가지만 그 출처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