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훈 기자] 정치 경제분야에 대규모 사정(司正)회오리를 몰고왔던 한보철강부도사태가 발생한지 1개월이 됐다. 한보철강부도 이후 제기된 각종의혹으로 검찰수사결과,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 및 정계와 관계, 금융계 인사 9명이 사법처리됐다.
또 여신기준 9위, 자산기준 14위인 한보그룹 계열기업의 잇단 부도로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을 겪는 등 우리경제 전반이 큰 충격을 받았다.
▼자금시장〓한국은행이 한보부도와 관련, 6조원 가량의 돈을 시중에 방출해 표면상 시중자금사정은 풍부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보사태 이후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신중히 하고 지급보증심사도 강화하고 있어 대기업의 자금사정은 여유가 있는 반면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을 겪는 양극화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은행들은 아직까지도 기업어음(CP)매수를 꺼려 은행신탁계정에 CP를 매출해오던 종금사들의 신규CP할인이 거의 중단상태에 있으며 이미 발행된 CP에 대해서도 선별적으로 차환발행해 주고 있다.
회사채(3년 은행보증)유통수익률은 연 12.20% 전후로 움직이다 최근 3월 회사채물량 과다공급계획의 영향으로 22일 12.44%로 상승했다. 동양증권 채권부 金炳哲(김병철)과장은 『3월중 회사채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은 한보사태에 따른 해외차입여건악화로 국내에서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며 『한보사태가 자금 유가증권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도 급증〓지난달 전국 어음부도율은 금액기준으로 전달의 0.16%보다 무려 0.05%포인트가 상승한 0.21%로 치솟았다. 우성건설 부도가 발생했던 작년 1월과 같은 수준으로 지난 1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李張(이장)어음사기 사건이 발생한 82년 5월의 0.29%이래 가장높은 0.16%로 전달의 0.10%보다 0.06%포인트가 높아졌다.
▼해외차입여건〓상업 한일 보람은행등 3개 은행이 해외금융시장에서 추진하려던 총 3억7천만달러의 주식예탁증서(DR)발행계획이 2.4분기(4∼6월) 이후로 연기됐다.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는 한보부도 직후 제일 조흥 외환은행 등 3개 한보채권은행을 감시대상목록에 올린데 이어 최근 신용등급을 일제히 1단계씩 낮췄다.
상업은행 관계자는 『매년 이때쯤이면 일본금융기관이 결산기를 앞두고 자금을 회수해 국제금융시장에서 금리가 강세를 보이는데 올해는 한보사태가 겹치면서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차입 금리가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리보(런던은행간 금리)에 붙는 가산금리가 0.3∼0.35%로 한보사태 이전보다 0.05∼0.10%포인트 올라 「코리언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