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학생들에 「자린고비정신」강조도 좋지만…

  • 입력 1997년 1월 11일 19시 55분


▼서울 강남일대 유명 백화점의 아동의류 완구코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한다. 요즘처럼 극심한 불경기에도 좀처럼 불황을 모른다. 고가 외제 브랜드가 즐비한 매장에는 고객이 줄을 잇고 물건은 비쌀수록 더 잘 팔린다. 자식을 남부럽지 않게 기르겠다는 부모의 그릇된 교육관에 어른들의 기죽지 않겠다는 헛된 경쟁심 과시욕이 합쳐져 빚은 이상 과소비현장이다 ▼이들 매장에서 5,6세 어린이를 위한 옷 일습을 산다면 얼마나 들까. 한 신문기사는 재킷 17만5천원, 조끼 8만4천원, 바지 9만4천원, 구두 6만8천원, 모자 7만4천원, 양말 1만5천원에 멜빵 3만3천원, 카디건 14만9천원을 포함해 69만2천원이 든다고 전한다. 유아원 유치원 때부터 이런 과소비에 젖어 자란 아이들은 돈만 많이 벌면 인생에 성공한 것이라는 가치관을 갖는다는 조사도 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는 말은 옛말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다 주려 한다. 그것을 사랑으로 잘못 생각한다. 호텔이나 외국식 레스토랑에서 생일파티를 열어주고 자가용으로 등교시키고 외제 장난감 학용품 액세서리를 아낌없이 사준다. 그 낭비를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쯤으로 아는 아이들은 값비싼 물건을 잃어버려도 찾으려 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검약(儉約)은 낯선 단어다 ▼서울시 교육청이 새 학기부터 초중고교에서 소비절약교육의 일환으로 「자린고비정신」운등을 벌이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다시 몽당연필에 깍지를 끼워야 할 때입니다」라는 슬로건이 인상적이다. 학교가 청소년들에게 물자부족시대의 절약의 미덕을 가르쳐 침체경제 회생노력에 앞장서자는 뜻이다. 다만 샤프펜슬을 쓰는 아이들에게 몽당연필이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지. 결국 어른들의 소비행태가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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