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진에 따라 같은 공연이라도 티켓 판매 수가 확연히 다른 요즘, 이 연극은 공연 예매 창에 이런 문구를 내걸었다. 배우가 없는 대신 관객이 착용한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오디오 극으로 전개된다. 어두운 지하 공간에서 둥그렇게 둘러앉은 관객은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지난달 27일부터 서울 종로구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열리고 있는 연극 ‘땅 밑에’(기획 니터)는 미지의 지하 미로를 탐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김보영 작가의 공상과학(SF)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극은 섬세한 기술로 설계한 음향 효과와 움직이는 무대 장치, 레이저를 비롯한 조명 효과를 통해 관객에게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데 집중한다.
등장인물이 없는 연극은 사운드 디자이너인 정혜수가 직접 연출을 맡아 사용한 다양한 음향 기술이 돋보인다. 배우가 없어도 인물들이 바로 옆에서 이야기하는 듯한 생생함이 느껴진다. 이를테면 양쪽 귀에 들리는 소리의 세기와 특징을 각기 다르게 조정하는 ‘바이노럴 오디오’와 헤드폰에 부착된 센서로 관객의 머리 움직임에 따라 소리가 다르게 들리는 ‘헤드 트래킹’ 등의 기술로 입체적으로 소리가 들리게 몰입감을 한층 높인다.
땅굴이 무너지는 순간에 의자에서 거센 진동이 일거나, 허공에 달린 돌 모양의 무대 장치가 움직이며 동굴 같은 분위기도 연출한다.
2024년 초연됐던 연극 ‘땅 밑에’는 서울문화재단이 창작 초연작에 재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재연을 부탁해’ 공모에 선정돼 다시 관객을 만나게 됐다.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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