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데닛 사망 1년 전 남긴 책
인간의 생존은 수백 년간 쌓아 온
과학적 지식을 통해 가능해진 것
◇생각이란 무엇인가/대니얼 데닛 지음·신광복 옮김/576쪽·3만8000원·바다출판사
인간의 마음과 의식이 뇌의 물리적 작용 결과이며, 영혼과 비물질적 실체가 없이도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한 철학자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남긴 자서전이자 마지막 책이다.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가슴과 목구멍에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곧바로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그는 7시간에 걸쳐 심하게 찢어진 대동맥 일부를 잘라내고 인공 혈관으로 교체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자기를 살려준 건 수술실의 의사와 간호사뿐 아니라 식사 배달원과 청소부, 먼 옛날 컴퓨터단층촬영(CT) 기술을 만들어 낸 과학자까지 수백 명의 사람들이라고 했다. ‘신앙이나 기도’가 아니라 수백 년에 걸친 반복된 실험, 관찰, 검증을 통해 쌓인 과학적 지식과 합리적 판단이 생존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이런 생각을 종교적 세계관과 날카롭게 대비시킨다.
유물론자인 저자는 심지어 종교도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할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리처드 도킨스, 샘 해리스 등과 함께 ‘신무신론(new atheism)’의 기사로 불렸다. 이 책은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보낸 어린 시절부터 미국 하버드대와 영국 옥스퍼드대를 거쳐 태평양 북동부 메인주 농장에서 트랙터를 몰며 철학을 떠올리는 삶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지적 여정을 서술했다.
철학자로서 자신의 삶을 끊임없는 ‘실험’으로 여겼던 그는 고전 인공지능(AI)부터 오늘날의 대형언어모델(LLM)까지 AI의 발전에도 일부 기여를 했다. 그는 여러 실험과 연구를 하면서 LLM이라는 대형언어모델이 아직은 인간의 마음과 동일한 수준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그러면서 LLM이 초래할 가장 큰 문제는 인간이 인공지능에 마음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면서 생기는 ‘모조 인간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저자는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건 이론을 익히는 게 아니라 실패와 혼란, 자기모순을 겪으며 습관처럼 질문하고 수정하는 태도라고 봤다.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한 인물이 아니라 항해하고, 밭을 갈며, 새로운 실험에 뛰어들고, 또 논쟁에도 과감하게 응했던 철학자의 인생을 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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