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들이 언론의 입 막으려
사소한 오류로 명예훼손 소송
1964년 승소로 언론 자유 지켜
◇뉴욕타임스 죽이기/서맨사 바바스 지음·김수지, 김상유 옮김/380쪽·2만5000원·푸른길
1960년 3월 29일자 미국 뉴욕타임스(NYT)에는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게 하라(Heed Their Rising Voices)’라는 제목의 전면 광고가 하나 실렸다. 시민운동가들이 십시일반 마음을 모아 NYT에 실은 이 광고는 얼마 뒤 NYT를 파산 직전까지 몰고 갔다.
광고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민권운동을 지지하고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 진압을 비판하는 게 골자였다. 그런데 광고 속 사소한 사실관계 오류가 언론의 입을 막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권력자들의 먹잇감이 됐다.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의 시의원이자 인종차별주의자였던 레스터 설리번은 즉각 명예훼손 소송에 착수했다. NYT가 오류를 바로잡지 못한 점 등을 빌미로 삼았다.
소송이 제기되기 직전부터 1964년 미 연방대법원의 기념비적 판결이 나오기까지의 긴박했던 과정을 복기한 책이다. 미 아이오와대 법학 교수인 저자는 NYT의 편을 들어준 최종 판결이 단순히 한 언론사의 승리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승리”였다고 말한다. NYT 내부 기록, 재판연구원의 의견서 등 치밀한 사료로 이를 뒷받침했다.
권력이 법을 이용해 비판 세력의 입을 막으려 했던 과정이 촘촘하게 담겼다. 1심과 2심은 설리번의 손을 들어주며 NYT에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요구했다. 이 판결은 언론사의 재정적 위기에만 그치지 않았다. 저자는 “남부 인권주의자의 참상을 보도하려던 기자들에게 심리적 ‘검열’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윌리엄 브레넌 대법관은 “공적 사안에 대한 토론은 억제되지 않고 활기차며,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면서 ‘현실적 악의’ 원칙을 선언했다. 권력자가 ‘가짜 뉴스’를 주장하려면 언론이 허위 사실임을 인지하고 있었음 등을 직접 입증하도록 했다.
최근 우리 국회를 통과해 논란이 일고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다. “정부와 공직자에 대한 격렬하고 신랄하며, 때로는 불쾌할 정도로 날카로운 공격이 포함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관한 국가적 약속이라는 배경에 비추어 이 사건을 고찰한다”는 의견서가 우리에게도 경고장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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