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신춘문예]모든 글은 사랑의 시도… 더 읽고 쓸 것

  • 동아일보

문학평론 ‘나-나 연대기: 멸망 이후에도 살아남는 세 가지 시적 방법’
●당선소감

박지민 씨
박지민 씨
지금 생각하면 아주 섣부르게도, 제가 가진 사랑이 모두 끝난 것 같다고 생각한 적 있었습니다. 세상은 갈수록 이상해지고 타인은 알다가도 모르겠고 글쓰기는 병 주고 약 주고도 아닌 약 주고 병 주고를 반복하는 것 같고…. 물론 지금도 자주 그렇지만, 이제는 그 혼란 덕에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말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배우라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반평생을 신문과 살아온 우리 아빠, 아빠가 사랑하는 지면으로 등단할 수 있어 기뻐요. 푼수데기 딸에게 늘 한결같은 사랑과 지지를 보내 주는 우리 엄마 그리고 귀여운 두 동생들 모두, 고마워. 늘 친구같이 응원해 준 삼촌도 얼른 봬요. 으레 그렇듯 친할수록 이상한 이름의 단톡방을 갖게 되는, 환멸 귀뚫 용현지 내 친구들 내 사람들에게, 얘들아 나 신문 나왔어! 학교에서 만난 분들께도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보냅니다. 이 글이 출발할 수 있게 해주신, 늘 문학적인 행운을 가져다주시는 김종훈 선생님, 또 수업 때 만난 작은 인연을 잊지 않아 주신 이현승 선생님 감사합니다. 같이 성장하는 대학원 연구방 동학들 같이 있어서 진심으로 기뻐요. 포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앞에서 날 끌어준 소연 언니, 또 내가 가장 먼저 가져본 문우 사랑하는 국교 보름회! 그리고 ‘책에 남아 영원히 남는 사람이 되렴’이라 말해준 모 동기까지 모두, 고마워. 그 문장을 읽고서야 그게 내 꿈이었구나 생각했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아주 당연한) 생각이 듭니다. 이 글을 읽고, 그 갈팡질팡과 왕복의 과정마저 사랑 같다는 첨언을 남겨 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그 말이 맞다면, 사실 저에게 모든 글은 사랑의 시도라는 점에서 같았습니다. 그 사랑을 계속 증명할 수 있길 바라며 더 읽고 쓰겠습니다. 다시 한번 모두 감사드립니다.

△2000년 출생 △고려대 국어교육과 졸업, 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 수료

충실한 작품해석-논리구축 솜씨 돋보여
●심사평
김영찬 씨(왼쪽)와 신수정 씨.
김영찬 씨(왼쪽)와 신수정 씨.
응모작의 편수가 많이 늘진 않았지만 수준이 예년보다 크게 향상됐다. 문학평론이 인기 없는 주변 장르가 돼 버렸다는 세간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비평적 글쓰기에 대한 열망과 공력은 그에 반해 한층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겠다.

최종 논의 대상에 오른 것은 ‘올드 앤 슬로우-강성은 시의 환상적 스토리텔링’, ‘‘정신머리’ 없는 감각, 말해지지 않는 문장-박참새 시의 말하기’ 그리고 ‘나-나 연대기: 멸망 이후에도 살아남는 세 가지 시적 방법-고선경, 신이인, 변혜지의 첫 시집을 중심으로’ 등 세 편이다. 이 작품들은 비평적 소양과 문제의식, 충실한 작품 해석과 안정적인 문장 등에서 다른 응모작들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올드 앤 슬로우’는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심지, 시의 맛을 제대로 음미하고 살려주는 문학적 감수성이 돋보였다. 그러나 ‘아우라’의 회복이라는 문제 설정이 상투적이고 해석도 지나치게 전형적이었다. ‘‘정신머리’ 없는 감각’은 ‘실패한 주체의 시학’이란 문제 설정의 맥락을 개괄하고 논증하면서 논리를 구축해 나가는 안정성이 돋보였다.

당선작으로 뽑은 ‘나-나 연대기’는 멸망 이후 시적 주체의 가능성을 묻는 글이다. 세상에 대한 태도로서의 ‘사랑’을 강조하는 결론이 언뜻 상투적인 듯하면서도 거기에까지 이르는 비평적 논리를 축적하고 구축해 나가는 솜씨가 돋보였다. 무엇보다 이 글에는 발견의 기쁨을 설득해 나가려는 비평의 미덕이 있었다.

신수정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김영찬 계명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2025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전문은 동아신춘문예 홈페이지 (https://sinchoon.donga.com/)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026 신춘문예#당선작#문학평론#박지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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