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삶 잠시 멈추고 ‘마음의 북소리’로 편안해지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25일 14시 01분


‘법음(法音)-일곱 법고, 세상으로 나오다’ 김혜진 총감독

김혜진 총감독은 “이제는 불교문화도 산중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중을 찾아가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라며 “앞으로 법고뿐만 아니라 범종, 운판, 목어를 활용한 대중 공연도 무대에 올려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혜진 총감독 제공
김혜진 총감독은 “이제는 불교문화도 산중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중을 찾아가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라며 “앞으로 법고뿐만 아니라 범종, 운판, 목어를 활용한 대중 공연도 무대에 올려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혜진 총감독 제공
“법고(法鼓)가 이렇게 대규모로 세상 밖으로 나와 공연을 한 것은 아마 처음인 것 같습니다.”

지난달 30일 경기 수원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법음(法音)-일곱 법고, 세상으로 나오다’ 공연이 열렸다.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태고종 등 국내 불교 5개 종단 스님 1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사찰 사물(법고, 범종, 운판, 목어) 중 하나인 법고로 세상을 울린 것. 2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만난 김혜진 총감독(46·전통국악예술교육협회 대표)은 “북은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심장 박동과 가까운 소리”라며 “소란한 삶 속에서 잠시 멈추고 ‘마음의 북소리’를 듣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주자로 공연에도 참여했다.

―법고가 국악의 북과는 다른 점이 많다고 들었습니다만….
“법고는 주로 절에서 아침·저녁 예불과 법식을 거행할 때 쓰는 의식 도구입니다. 북의 한 종류지만 지름이 5자 반(약 166.7cm)으로 매우 크고, 국악의 북과는 달리 연주법도 경건하고 엄숙하게 두 발을 모으고 몸을 전혀 쓰지 않은 채 팔로만 치지요.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소리가 주는 의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법고는 땅에 있는 축생을 제도하고, 시방세계를 깨우치기 위해 치는 것이니까요.”

―일곱 법고가 동시에 대중 공연에서 연주한 것도 처음이라고요.
“종교의식용 도구다 보니 주로 절에서, 그것도 한 개를 놓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러다 보니 전수자가 없어서 명맥이 끊긴 곳도 있고요. 20년 넘게 법고를 배우고, 스님들을 가르치다 보니 이 좋은 악기를 산중에만 머물게 하지 말고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구산 스님 등 법고를 배우는 스님들께 이야기했더니 흔쾌히 동참을 결정해 저질러 버린 거죠. 하하하.”

스님과 함께 법고를 치고 있는 김혜진 총감독(오른쪽). 그는 “이제는 불교문화도 산중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중을 찾아가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라며 “그런 면에서 앞으로 법고뿐만 아니라 범종, 운판, 목어를 활용한 대중 공연도 무대에 올려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혜진 총감독 제공
스님과 함께 법고를 치고 있는 김혜진 총감독(오른쪽). 그는 “이제는 불교문화도 산중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중을 찾아가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라며 “그런 면에서 앞으로 법고뿐만 아니라 범종, 운판, 목어를 활용한 대중 공연도 무대에 올려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혜진 총감독 제공
―5개 종단 스님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보기 힘든 장면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념, 계층, 성별 등으로 갈등이 심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우리나라,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근본적인 마음은 다 같다고 봐요. 불교의 종단도 마찬가지지요. 부처님 말씀을 전한다는 것은 똑같은데 전하는 방식이나 수행 방법 등이 조금씩 다른 것뿐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서로 다른 종단 스님들이 모여 공연하면 불교계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진우 총무원장이 공연을 본 뒤 “오랜 번뇌가 낙엽처럼 흩어지는 듯하다”라고 평했더군요.
“아기가 느낄 때 엄마의 심장 박동과 가장 비슷한 게 북이래요. 그만큼 그 진동이 몸 깊은 곳에서 편안하게 울리는 거죠. 그 울림으로 번뇌를 걷어내고, 마음의 중심을 세웁니다. 그래서 법고는 수행의 호흡이자 마음의 경전이기도 하지요. 요즘 세상이 너무 힘들고, 모두가 숨이 찰 정도로 빠르게 살고 있지 않습니까. 마음을 쉬게, 편하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법고#북#불교#사물#사찰 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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