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공사를 마친 종묘 정전의 지붕. 전체 지붕 기와의 약 90%를 새로 제작한 수제 기와로 교체하고, 화학 안료로 채색됐던 외부 단청은 전통 소재로 다시 칠했다. 국가유산청 제공
종묘 정전(서울 종로구) 보수 공사 과정에서 1726년 조선 영조 때 정전을 증축하면서 적어 넣은 ‘상량문(上樑文)’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지난해 4월 19일 종묘 정전 건물을 이루는 19개의 방 가운데 11번째 칸의 목부재를 해체하던 중 상량문이 적힌 종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상량문은 전통 건축에서 종도리(목조 건물 최상부 부재)를 올릴 때 길한 날을 받아 제의를 지내면서 쓴 축문이다. 종묘 정전의 개수(改修) 과정을 기록한 ‘종묘개수도감의궤(宗廟改修都監儀軌)’에 따르면 이 상량문은 “엎드려 바라건대, 상량한 뒤에 국운이 더욱 창성하고 하늘의 아름다움이 더욱 이르소서(伏願上樑之後 寶籙愈昌 天休玆至).… 산과 강이 종묘를 부축하여 더욱 오래가고 해와 달이 사직과 함께 빛나소서(山河扶戶牖而悠久 日月并宗祀而光輝)”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상량문은 종도리 근처에 홈을 파낸 뒤 별도 포장이나 보관함 없이 접어 보관돼 있었다. 최자형 궁능유적본부 사무관은 “상량문 내용이 ‘종묘개수도감의궤’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발견 즉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보존 처리한 뒤 보관 중”이라고 말했다.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정전은 약 5년에 걸친 보수 공사를 마치고 이달 20일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 종묘는 조선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낸 국가 사당이다. 건물에 균열이 가거나 목재가 손상되고, 기와가 빠지는 등 문제가 이어지면서 2020년 6월 1991년 이후 29년 만의 대대적 보수 공사에 착수했다. 원래 2022년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수리 범위가 넓어지면서 지체됐다. 막상 지붕을 해체해 보니 일부 목재에 충해, 세균 번식이 심했고 기울어지거나 어긋난 경우도 있었던 탓이다.
정전을 마주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지붕이다. 기존에 사용됐던 공장제 기와는 모두 걷어내고 수제 기와로 바꿨다. 수제 기와는 공장제에 비해 가벼워 하중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색상도 자연스럽다. 화학 안료로 칠해졌던 외부 단청은 전통 재료와 기법을 사용해 새롭게 시공했다. 1928년 일제강점기에 설치된 정전 앞 모르타르(시멘트에 모래를 섞고 물로 갠 것)는 떼어내고 전돌을 깔았다.
부식된 목재는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조선 소나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육송(陸松)으로 교체됐다. 공사 과정에서 연대 조사를 통해 광해군 대(1608∼1623년)의 목재가 정전 건물에 사용됐음이 확인되기도 했다. 최 사무관은 “1592년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정전이 광해군 즉위 해에 다시 지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실증 자료”라며 “그동안 문헌으로만 알려졌던 종묘의 건축사적 가치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수리 기간 창덕궁 옛 선원전에 임시로 봉안돼 있던 조선 왕들의 신주도 다시 종묘로 돌아온다. 이를 위한 의례인 환안제(還安祭)는 20일 오후 2시부터 열린다. 환안제가 거행되는 건 1870년 이후 155년 만이자 사상 4번째다. 총 923명, 말 7필, 가마 28기가 이루는 행렬이 창덕궁에서 광화문을 거쳐 종묘까지 약 3.5km 구간을 행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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