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떠난 007, 외로움과 사투 벗고 유머 담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21일 03시 00분


美기업 아마존이 제작 권한 사들여
놀런-빌뇌브 등 거장감독 연출 거론
기존 전개방식 벗고 주제 달라질 듯
흑인-非영국계 배우 낙점 가능성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 속 스파이 ‘제임스 본드’. 대니얼 크레이그(56)에 이어 새로운 007은 과연 누가 맡게 될까.

최근 미국 아마존이 영국의 대표적인 첩보물 ‘007 시리즈’의 창작 통제권을 인수하면서 영미권 영화계가 들썩이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지난달 소셜미디어에 “차기 본드는 누구여야 할까?”라는 글을 올리자, 007 팬덤도 난리가 났다. 영국 백인 배우만 맡아 왔던 본드를 비(非)영국인이거나 다른 인종이 연기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5대 본드였던 배우 피어스 브로스넌마저 “본드는 반드시 영국인이어야 한다”고 말하며 갑론을박에 기름을 끼얹었다.

● ‘슈퍼맨 007’ ‘블랙 007’ 등장할 수도

영화 ‘007 시리즈’는 1953년 영국 작가 이언 플레밍(1908∼1964)이 쓴 소설에 등장하는 영국 MI6 첩보원 제임스 본드가 주인공이다. ‘살인번호’(1962년)부터 ‘노 타임 투 다이’(2021년)까지 25편이 제작됐다. ‘미션 임파서블’이나 ‘본 시리즈’ 같은 현대 첩보 영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주로 이런 첩보물은 미국 중심이지만 007 본드는 오랫동안 ‘영국 영화의 자존심’으로 여겨졌다. 역대 본드 6명 중 4명이 영국인이었으며, 나머지 2명도 영연방 국가(호주, 아일랜드) 출신이었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선 아마존이 관객층을 넓히기 위해 ‘전략적 변화’를 모색할 수 있다고 본다. 넷플릭스 시리즈 ‘에밀리 인 파리’에 출연한 루시엔 라비스카운트(31·영국)가 첫 ‘흑인 본드’ 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미 배우 오스틴 버틀러(32), 영화 ‘글래디에이터 2’(2024년)에서 주연을 맡은 아일랜드 출신 폴 메스컬(29)도 거론된다.

전통 유지를 바라는 팬들의 기대도 만만치 않다. 영국 BBC 방송은 “영국 출신이자 영화 ‘맨 오브 스틸’(2013년)에서 슈퍼맨으로 나온 헨리 카빌(41)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했다. 과거 ‘카지노 로얄’(2006년) 오디션에서 6대 본드 크레이그와 경쟁했던 경험도 있다.

카빌은 강인한 근육질 백인이란 점에서 기존 본드 이미지를 잘 계승할 배우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다소 연령이 높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화 ‘킥애스’(2010년)에서 액션 연기를 선보인 에런 존슨(34)과 드라마 ‘맥마피아’(2018년)로 인기를 끈 제임스 노턴(39) 등도 유력 후보”라고 분석했다.

● 놀런의 ‘007’ 기대해도 될까

본드만 바뀌는 게 아닐 수도 있다. 007 시리즈의 분위기나 주제 자체도 변할 가능성이 크다. 크레이그가 연기한 본드는 고통을 견디며 현실적인 싸움을 벌이는 스파이였다. 하지만 아마존이 007이 좀 더 ‘대중적인 방향’으로 가길 바란다면, 3대 로저 무어(1927∼2017)처럼 유머와 위트 넘치는 본드로 회귀할 수도 있다.

악당의 설정도 달라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과거 007 시리즈는 냉전 시대 소련 관련 스파이가 주적이었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현실적인 위협은 인공지능(AI)이나 기후 변화, 극우 정치 등이다. 시대를 반영한 새로운 악당의 등장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거장 감독’이 메가폰을 잡을 수도 있다. 현지에선 크리스토퍼 놀런(54)이나 드니 빌뇌브(57) 등이 차기 007 연출자로 얘기된다. 특히 놀런은 영화 ‘테넷’(2020년)에서 복잡한 첩보 액션을 성공적으로 구현한 적이 있다. 007 팬들은 ‘시간을 활용한 스파이 액션’ 같은 새로운 스타일을 기대한다. 한편 영국 패션지 보그는 “아마존이 007 시리즈를 확장하면 ‘본드 걸’이나 악당이 주인공인 스핀오프 작품이 나올지도 모른다”고도 예측했다.

#제임스 본드#새로운 007#첩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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