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시의 왕버들 나무를 세 방향에서 본 모습을 한 화면에 담은 이재삼 작가의 ‘달빛녹취록 Vol.5’(2022∼2024년, 캔버스에 목탄, 546X2270cm). 사비나미술관 제공
높이 5m, 폭 20m로 캔버스 21개가 결합한 거대한 화폭 속 달빛과 물안개에 젖은 왕버들 나무가 관람객을 압도한다. ‘목탄 화가’로 불리는 이재삼이 4년 동안 그린 ‘달빛녹취록’ 연작의 5번째 버전이자 가장 큰 작품이다.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은 4월 20일까지 이 작가의 ‘달빛’ 연작을 비롯한 회화 31점을 선보이는 전시 ‘달빛녹취록 2020∼2024’를 연다.
2018년 제3회 ‘박수근미술상’을 수상했던 이 작가는 1998년부터 목탄을 활용해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연구했다. 목탄은 내구성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광목천을 사용해 캔버스를 제작하고 송진과 아교로 목탄 층을 고정한 뒤 자외선(UV) 코팅을 했다. 또 목탄을 여러 겹으로 쌓고 문지르는 등 농도를 조정해 ‘검은색’의 다양함을 보여줬다.
19일부터 열린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달빛’이다. 작가는 광택이 없는 목탄의 특성을 활용해 강렬한 태양 빛과 달리 어둠 속에서 부드럽게 빛나는 달빛의 속성을 표현했다. 달빛에 대해 작가는 “감각을 깨우는 마음의 빛”이라며 “달빛 소리, 기운, 냄새를 작품에 담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수중월(水中月)’과 ‘심중월(心中月)’ ‘검묵의 탄생’ 등 3가지 섹션으로 나눠 작품들을 선보인다. ‘수중월’은 물속에 비친 달을 표현한 공간으로 물안개가 가득한 밤 풍경, 달빛과 어우러진 폭포를 그린 작품을 볼 수 있다. ‘심중월’에선 전남 광양 옥룡사지 동백나무 숲을 그린 작품 등을 통해 밤 풍경에서 자연과 교감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검묵의 탄생’은 1998∼2001년 제작한 초기 목탄화와 인물화, 자화상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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