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展’ 이돈수 한국해연구소장
서양 10여 개국 고지도 24점 공개
“독도 문제엔 제3국 지도 활용해야”
“서양 지도를 탐구하면 제3국이 독도를 대한민국의 영토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중구 문화복합공간 순화동천에서 만난 이돈수 한국해연구소장(57·사진)의 말이다. 이날은 독도재단과 한국해연구소가 함께 연 ‘해양 경계선이 그려진 고지도 속 독도’ 전시의 마지막 날이었다. 전시에서는 이 소장이 모은 서양 10여 개국의 지도 24점이 공개됐다. 모두 1870∼1910년대 영국, 독일, 튀르키예, 미국 등에서 제작된 지도들이다. 1870년대는 이양선(조선 후기 한반도 바닷가에 나타난 서양의 배)이 한국에 드나들면서 서양이 독도를 본격적으로 인식하게 된 시기다.
1901년 독일에서 제작된 ‘슈틸러 교육용 지리부도’ 중 아시아 지도의 일부. 독도와 근접한 울릉도는 물론이고 독도의 위·경도상 위치가 일본의 해양 경계선 바깥에 있다. 이돈수 한국해연구소장 제공이 소장은 “당시 지도들을 확인해 보니 공통적으로 독도와 울릉도가 일본의 해양 경계선 바깥에 있었다”며 “이는 당시 서구 열강들도 독도를 대한제국의 땅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그가 모은 고지도들은 대부분 각 나라가 인정한 교과서용 지도이거나, 명성 있는 지도 제작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 소장은 지도 제작 업체의 온라인 아카이브 등을 뒤져 지도를 찾아냈다.
가령 1901년 독일에서 제작된 ‘슈틸러 교육용 지리부도’ 내 아시아 지도에는 독도와 불과 87.4km 떨어진 울릉도가 명백히 일본의 해양 경계선 바깥에 있다. 독도가 너무 작아 지도에 직접 표시되진 않았지만, 울릉도 바로 옆 독도의 위·경도상 위치도 해양 경계선 밖에 있다. 1877년 미국 아돌프 폰 슈타인베어가 제작한 ‘아시아의 자연 및 정치 지도’, 1905년 튀르키예에서 메흐메드 렘지가 제작한 ‘군사학교용 지리부도’ 등에서도 독도의 위·경도상 위치는 일본 해양 경계선 밖에 있다.
이 소장은 독도에 대한 제3국의 시선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한국과 일본이 아닌 나라들의 고지도를 모았다. 해양 경계선을 근거로 독도의 한국 영유권을 주장할 근거를 찾기 위해서다. 이 소장은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지리적 인식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공유됐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독도 문제를 다룰 때 한국과 일본의 고지도뿐 아니라 제3국의 지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소장은 “앞으로 과거 서양 지도 제작자들이 왜 독도를 일본 해양 경계선 바깥으로 그렸는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원자료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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