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방길은 詩, EAST는 소설” 김중만이 바라본 자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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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중만 사진작품 스위스 전시
亞 자연 담은 ‘EAST’ 연작 공개

폐렴으로 투병하다 지난해 12월 31일 세상을 떠난 사진가 김중만(1954∼2022·사진)의 작품이 스위스 바젤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스위스 바젤 H 가이거 문화재단(KBH.G)에서 1일(현지 시간) 개막한 ‘그럼에도 우리는 같은 별을 보았다’ 전시에선 김중만의 작품 총 35점을 선보인다. 이 전시는 1975년 프랑스 전시 후 유럽에서 40여 년 만에 열리는 김중만의 개인전으로, 김중만은 병상에서도 마지막까지 전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는 그간 패션이나 광고 사진으로 알려진 김중만의 예술가적 면모를 집중 조명한다. 동양의 원초적 아름다움을 담은 ‘EAST’ 시리즈와 서울 중랑천 둑길을 담은 ‘뚝방길’ 시리즈가 걸렸다. 총 11점을 선보이는 EAST 시리즈는 2015년 프랑스 파리 백야 예술 축제 당시 프랑스 국립동양박물관(세르뉘시박물관)에 단 2점이 소개된 것을 제외하면 처음 공개된다.

김중만의 스위스 바젤 개인전 ‘그럼에도 우리는 같은 별을 보았다’가 개막한 1일(현지 시간) 관객이 ‘EAST’ 시리즈를 감상하고 있다. 작품은 베트남 할롱베이를 담은 ‘모든 사람은 섬이다’. 바젤 H 가이거 문화재단 제공
김중만의 스위스 바젤 개인전 ‘그럼에도 우리는 같은 별을 보았다’가 개막한 1일(현지 시간) 관객이 ‘EAST’ 시리즈를 감상하고 있다. 작품은 베트남 할롱베이를 담은 ‘모든 사람은 섬이다’. 바젤 H 가이거 문화재단 제공
김중만은 영국의 유명 사진작가 마이클 케냐가 아시아의 풍경을 담은 사진을 보고, 동양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동양인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한국의 제주도를 비롯해 백두산, 중국 황산과 장자제, 베트남 할롱베이 등을 사진에 담았다. 백두산을 촬영할 때는 중국 공안에게 거듭 제재를 받았지만 오전 2시에 조용히 산을 올라 마침내 원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EAST 시리즈는 높이 2m, 폭 4m가 넘는 대작으로, 각 작품은 프레임을 포함해 무게가 600∼700kg에 달한다. 작품은 독일 뒤셀도르프 그리거 공방에서 인화됐다. 포트폴리오 심사를 거쳐 통과한 작가만 이용할 수 있는 그리거 공방은 안드레아 거스키, 토마스 루프 등 세계 유명 사진가들이 고객인 것으로 유명하다.

24점을 선보이는 ‘뚝방길’ 시리즈는 김중만이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집에서 강남구 청담동 작업실로 향하면서 만난 나무들을 담았다. 트럭이 다니는 비좁은 이 길을 처음엔 지저분하다고 느꼈지만, 점차 흙먼지와 상처로 뒤덮인 나무들의 아름다움을 느껴 10년 동안 천천히 기록했다. 2019년 서울 송파구 뮤지엄한미 방이에서 개인전으로 이 시리즈를 선보일 때 그는 뚝방길을 ‘나의 성지’라고 칭했다.

김중만은 전시를 준비하며 “뚝방길이 시라면 EAST는 소설”이라며 “뚝방길은 내 마음을, EAST는 나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시 제목 ‘그럼에도 우리는 같은 별을 보았다’는 사진 속 풍경이 동서양 구분 없이 모두가 느끼는 마음과 감정을 담았다는 의미다.

재단은 스위스 바젤의 개인 소장가가 가진 김중만의 작품을 보고 그의 전시를 열게 됐다.박성희 바젤 H 가이거 문화재단 컨설턴트는 “김중만이 열정적으로 전시를 준비하다 세상을 떠나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며 “최선을 다해 전시를 여는 것만이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중만은 상업 사진으로 성공 가도를 걷다 2006년 고비 사막으로 떠나 예술가로서 전환점을 맞았다”며 “그 이후 사진을 통해 예술가로서 김중만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내년 2월 11일까지.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故김중만#사진작품#스위스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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