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 좌석번호에 휠체어 전용석… 공연마다 자막-음성해설 지원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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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장애예술공연장 ‘모두’ 개관
“도움 필요한 장애인, 사전예약하면
직원이 도착 지점으로 나가 안내도”

24일 개관하는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 전경.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제공
24일 개관하는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 전경.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제공
“장애 예술인들의 꿈과 염원이었던 전용 공연장이 만들어졌다. 장애인들은 극장을 찾기 전 극장 편의시설 여부부터 검색한다. 늦게나마 불편함이 없어진 문화 예술 공간이 생겨났다는 점에서 기쁘다.”(김형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

국내 첫 장애 예술 공연장인 모두예술극장에는 곳곳에 경사로가 설치돼 있다. 경사로 주변에는 핸드레일이 있어 장애인이 이동하기 편리하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제공
국내 첫 장애 예술 공연장인 모두예술극장에는 곳곳에 경사로가 설치돼 있다. 경사로 주변에는 핸드레일이 있어 장애인이 이동하기 편리하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제공
국내 첫 장애예술 공연장인 ‘모두예술극장’이 24일 개관한다. 서울 서대문구 구세군빌딩 아트홀 1∼3층을 장애예술인 전용 공연장으로 전면 개·보수한 모두예술극장은 가변형 공연장이다. 250석 규모의 극장은 객석 구조 및 무대 등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좌석별로 점자 좌석번호가 마련돼 있다. 무대와 일반 객석 사이에는 휠체어 전용석도 있다. 공연별 자막, 음성 해설 지원도 가능하다. 공연장과 연습실 등 주요 시설의 각 층 바닥은 높낮이 차이를 없앴다. 가파르지 않은 경사로를 설치해 장애인들이 수월하게 이동하도록 했다. 공연장 내 설치된 핸드레일 길이는 300m에 달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장애인의 창작 활동과 편안한 관람을 위해 80억 원을 들여 모두예술극장을 지었다.

오세형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공연장추진단 TF 단장은 “무장애 시설을 목표로 한 극장 내 다양한 공간을 마련했고, 접근성 매니저 직원이 상주한다”며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이 사전 예약을 하면 인근 충정로역 등 도착 지점으로 나가 안내한다”고 말했다. 분장실과 연습실, 라운지에는 장애인 화장실, 샤워 시설, 탈의실이 마련돼 있다. 1층 분장실에서 2층 무대로 연결되는 별도 엘리베이터가 있어 장애인 배우들이 이동하는 데 제약이 없다.

개관을 닷새 앞둔 19일, 모두예술극장에선 2022년 국제 입센상을 수상한 호주 지적장애인 예술극단 백투더시어터의 연극 ‘사냥꾼의 먹이가 된 그림자’의 연습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사냥꾼…’에는 세라 메인워링, 스콧 프라이스, 사이먼 래허티까지 배우 3명이 출연해 장애인 인권 및 젠더 문제를 비롯해 인공지능(AI)이 보편화된 세상에서 인간을 압도할 AI 앞에서 모든 인간은 지적장애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다룬다. 무대 전면과 양옆에 설치된 3개의 스크린에서 영어와 한글 자막이 흘러나와 청각장애인도 관람할 수 있다. 개관 전 시범운영 차원에서 19일부터 선보인 이 공연은 22일까지 무료로 공연됐다.

모두예술극장의 개관 프로그램은 내년 3월까지 짜여 있다. 무용, 연극, 다원예술 등 다양한 장르의 국내외 작품 총 9개를 선보인다. 다음 달 15일부터 19일까지 극단 ‘북새통’의 연극 ‘똑,똑,똑’이 공연된다. 발달 장애아동과 청소년을 위해 제작한 감각 친화 공연이다. 다음 달 24∼26일에는 한국과 프랑스가 공동 창작한 다원예술작품인 ‘제자리’가 무대에 오른다. 시각 장애인들이 경험하는 세계를 주제로 한 다원 예술 ‘어둠 속에, 풍경’도 12월 15, 16일 공연된다. 12월 22∼25일에는 뮤지컬 ‘푸른 나무의 숲’, 내년 3월 1∼3일에는 프랑스 장애 예술인 극단 ‘카탈리즈’의 연극 ‘걸리버, 마지막 여행’이 관객과 만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장애예술공연장#모두예술극장#점자 좌석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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