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이 메마른 사회, 어느 범죄자의 ‘출소 후 24시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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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웅 서울시극단장 첫 연출작
“겟팅아웃, 누가 봐도 쉽고 재밌게”

“신작을 자평하자면 ‘성의 있는 연극’. 서울시극단이 공립극단인 만큼 누가 봐도 쉽고 재밌도록 정성껏 만들었어요. ‘겟팅아웃’이 관객을 대하는 마음은 선량합니다.”

23일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오른 연극 ‘겟팅아웃’의 연출을 맡은 고선웅 서울시극단 단장(55·사진)의 말이다. 이번 작품은 제52회 동아연극상 대상작인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등을 통해 스타 연출가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그가 지난해 9월 서울시극단 단장에 취임한 뒤 내놓은 첫 연출작이란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겟팅아웃’은 희곡 ‘잘자요, 엄마’로 1983년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을 수상한 미국 유명 극작가 마샤 노먼(76)이 1977년 발표한 희곡이다. 부모에게도 보호받지 못한 10대를 거쳐 8년의 복역을 마친 주인공 알린이 출소 후 24시간 동안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알린은 과오로부터 벗어나려 고군분투하지만 쏟아지는 건 비난뿐이다. 어른이 된 알린 역은 배우 이경미가, 어린 알린은 유유진이 캐스팅됐다. 이 외에도 배우 강신구 정원조 등 서울시극단 단원 5명이 모두 출연한다.

2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고 단장은 “인간은 모두 작고 외로운 존재인데 누군가에게 기대기보단 서로 따지려 든다. 그렇다 보니 과오가 남긴 상흔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쉽지 않다”며 “변화를 시도하는 이들에게 사회가 갈수록 너그러움을 잃어가는 게 아닌지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이 무대를 움직이는 중심축이란 점이다. 알린의 심경의 변화에 따라 주 무대 조명인 차가운 백색 조명이 주황색으로 바뀌었다가 창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빛으로 표현되는 식이다. 고 단장은 “흐르는 감정에 극을 의지하는 것이 만만찮았다”며 “보석 같은 단원들이 약속한 선을 잘 지켜준 덕에 안정감 있는 무대가 됐다”고 했다.

고 단장은 9월엔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을 데이트 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로 치환한 연극을 연출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을 본 관객들이 다음 작품인 ‘카르멘도 궁금한데?’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게 목표예요. 서울시극단을 연극의 ‘스탠더드(standard )’로 만들고 싶습니다.”

7월 9일까지, 3만∼5만 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겟팅아웃#고선웅 서울시극단장#첫 연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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