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은 언니, 살리고 싶은 동생… 자매 사이 ‘사소한 슬픔’의 벽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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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소한 슬픔’ 내달 14일 개봉
같은 제목의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
봉준호의 ‘설국열차’ 출연한 필 주연

영화 ‘나의 사소한 슬픔’에서 언니 엘프(세라 가던·오른쪽)가 자살 시도를 한 뒤 정신병동에서 동생 욜리(앨리슨 필)와 대화하다 생각에 빠진 장면. 스튜디오에이드 제공
영화 ‘나의 사소한 슬픔’에서 언니 엘프(세라 가던·오른쪽)가 자살 시도를 한 뒤 정신병동에서 동생 욜리(앨리슨 필)와 대화하다 생각에 빠진 장면. 스튜디오에이드 제공
“언니는 죽기를 원했고, 나는 언니가 살기를 바랐다. 우리는 적이었다. 서로를 사랑하는.”

골방에서 잘 써지지 않는 책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던 무명작가 욜리(앨리슨 필)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언니 엘프(세라 가던)가 또 자살 시도를 했다는 것. 병원에 누워 있는 엘프는 욜리를 메마른 눈으로 쳐다보며 말한다. “실수가 아니었어. 안락사를 할 수 있게 스위스로 데려가 줄래?”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자매의 이야기로 풀어낸 영화 ‘나의 사소한 슬픔’이 다음 달 14일 개봉한다.

자매의 슬픔은 10년 전 아버지의 자살로부터 시작됐다. 욜리와 엘프의 아버지는 평소와 같던 어느 날 열차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버지의 죽음은 가족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었지만, 특히 웃는 모습까지 아버지와 쏙 빼닮았던 언니 엘프에겐 더욱 감당하기 힘든 사건이었다. 성공한 피아니스트에 다정한 남편이 있는 남부럽지 않은 인생이지만, 엘프에겐 삶에 대한 의지가 없다. 그저 이 고통을 여기서 끝내고 싶을 뿐.

욜리는 그런 언니를 이해하고 싶지 않다. “아빠가 자살한 건 나도 마찬가지야. 살아남아서 내 언니 노릇을 해!”라며 악다구니를 쓰지만, 욜리는 엘프의 마음을 도무지 되돌릴 수 없다. 서로의 일상을 시시콜콜 이야기하며 공유하지만, 욜리는 언니의 슬픔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영화는 고통이라는 영역에서 우리는 모두 타자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슬픔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것의 아름다움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2013년)에서 만삭의 교사로 나왔던 배우 앨리슨 필이 욜리 역을 맡았다. 그는 언니를 보며 느끼는 슬픔과 괴로움을 실감 나게 연기해 공감을 이끌어낸다. 영화의 원작은 미리엄 테이브즈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All my puny sorrows’)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죽고 싶은 언니#살리고 싶은 동생#나의 사소한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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