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동유럽 극작가 작품 국내서 잇단 초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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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 바람 타고 입지 넓혀
우루과이 ‘테베랜드’ 내달 28일 개막
아제르바이잔 ‘시티즌…’은 공연중

아제르바이잔 극작가 엘친 아판디예프의 희곡으로 만든 연극 ‘시티즌 오브 헬’. 구소련 시절 대숙청으로 인한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맨(왼쪽·이기현)의 집에 게스트(전박찬)가 불쑥 찾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더웨이브 제공
아제르바이잔 극작가 엘친 아판디예프의 희곡으로 만든 연극 ‘시티즌 오브 헬’. 구소련 시절 대숙청으로 인한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맨(왼쪽·이기현)의 집에 게스트(전박찬)가 불쑥 찾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더웨이브 제공
남미, 동구권 등 자주 접하기 어려운 지역 출신 극작가들의 작품이 최근 국내 공연계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작은 극단이 아닌 실력과 자본력을 검증받은 중대형 프로덕션에서 해당 작품들을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다음 달 28일 개막하는 연극 ‘테베랜드’는 우루과이 출신 극작가 세르히오 블랑코가 쓴 희곡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2013년 우루과이 초연 후 영국, 미국 등 16개국에서 공연됐다. 뮤지컬 ‘헤드윅’ ‘웨스트사이드스토리’를 선보인 공연 제작사 쇼노트가 제작을 맡았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자유극장에서 28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시티즌 오브 헬’의 희곡은 전 아제르바이잔 부총리이자 극작가로 활동 중인 엘친 아판디예프가 썼다. 구소련 독재 권력이 지배하던 1937년을 배경으로 인간의 욕망과 본능적 공포를 담아낸 작품이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지난달 30일 막을 내린 칠레 출신 극작가 기예르모 칼데론의 연극 ‘키스’는 허를 찌르는 전개가 돋보인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칼데론은 미국 뉴욕 퍼블릭시어터, 영국 런던 로열코트시어터 등 세계 유명 극장에서 경력을 쌓아온 작가로 노련한 극작술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낯선 국가 출신 극작가들의 작품이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공연계 관계자들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젊은 연출가들이 늘어난 데다 신선하면서도 잘 만든 작품을 선호하는 관객의 수요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은경 연극평론가협회장은 “제국주의, 신자유주의 등으로 핍박받았던 국가들의 이야기가 서구권에서 인정받자 국내 공연계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식민지 역사 등 공통된 아픔이 있어 관객이 공감하기도 좋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테베랜드’를 총괄한 임양혁 쇼노트 프로듀서는 “대중이 다양한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흔히 접할 수 없는 작품에 대한 요구가 늘어났다. ‘생소한 작가’라는 점 역시 제작자 입장에서도 관객에게 내세울 만한 요소가 됐다”고 했다.

엄현희 연극평론가는 “탄탄한 극작과 유명 극장에서 공연한 경험이 있는 낯선 국가 출신 작가 작품들은 웰메이드 작품을 선호하는 국내 관객 눈높이에도 맞다”며 “국내 관객의 시야가 넓어지는 추세와 맞물려 안정적인 자본을 가진 제작사들이 팬층이 있는 배우들을 내세워 공연을 제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남미#동유럽#극작가#문화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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