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과 갈등만 일으키는 정치인들, 저 업을 어찌 다 갚으려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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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앞두고 조계종 원로의장 자광 스님 인터뷰
“정치인, 화장터서 봉사활동 해보길… 한 줌 재로 가는데 뭘 그리 싸우는지
코로나, 우리가 환경파괴한 업보… 자성 않으면 더 무서운 질병 올 것”

지난달 조계종 새 원로의장에 선출된 자광 스님은 16일 “탐욕의 노예가 돼 천년만년 내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죽어서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대신 무엇을 남기고 갈지를 생각하면 더 좋은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지난달 조계종 새 원로의장에 선출된 자광 스님은 16일 “탐욕의 노예가 돼 천년만년 내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죽어서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대신 무엇을 남기고 갈지를 생각하면 더 좋은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분열과 갈등만 일으키는 정치인들, 저 업을 어찌 다 갚으려고….”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장인 자광 스님은 한국 선불교의 살아있는 큰 스승이다.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27일)을 앞두고 16일 서울 종로구 조계종 원로의장실에서 만난 자광 스님은 “(죽은 뒤) 화장하면 한 줌 재밖에 안 남는데 뭘 그리 가지려고 싸움만 하는지 애처롭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조계종 원로의장에 선출된 자광 스님은 1957년 조계사에서 경산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60년 해인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취임사에서 나라가 혼란하면 원로회의가 따끔하게 경책(警策·막대기로 어깨를 쳐 정신을 차리게 함)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불교와 정치는 중생(국민)을 위해 존재해야지요. 불철주야 국민만 생각해도 모자랄 판에 연구한다는 게 고작 어디서 상대방 심장을 후벼 파는 독한 말이나 찾아와서 그걸 내뱉고 있으니…. 그 업을 어찌 다 갚으려고 그러는지. 종교인도 이 나라 안에 사는 사람인데 정치가 잘못되면 종교인인들 제대로 살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야단치겠다고 했지요. 그런데 소용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죽비를 좀 쳐주셨습니까.

“하지요. 그런데 우이독경(牛耳讀經), 마이동풍(馬耳東風) 알지요? 들을 사람들이라야 쳐주지. 목탁으로 해야 하나….”

―지난 3년여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국민이 아주 힘들었습니다.

“코로나19는 누가 준 건가요. 부처님? 하나님? 코로나는 우리가 매우 잘못 살아온 결과로 생긴 것입니다. 알량한 몸뚱이 하나 살아내려고 얼마나 많은 생명을 죽이고, 환경을 파괴해 왔습니까. 그 업보고 과오지요. 자성하지 않으면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질병은 또 올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의 업보로 지금 힘든데, 앞으로 힘들어질 일을 지금 만들고 있으면 되겠습니까.”

―다른 종교도 비슷합니다만, 불교도 출가자와 신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십니까.

“저출산이나 사회가 풍요로워진 것 같은 어쩔 수 없는 문제도 있겠지요. 동국대 산하에 있는 학교들도 한 해에 학급 하나씩이 없어지고 있으니까요. 또 우리 스님들이 세상을 잘 모르는 탓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님은 속세와 거리를 둬야 하지 않습니까?) “불교도 마찬가지지만, 종교가 교화하는 대상은 대중이지요. 스님들끼리, 목사들끼리 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당연히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지요. 그런데 스님들이 산속에서 수행만 하다 보니 세상을 너무 몰라요. 특히 젊은이들에 대해서는. 요즘 초코파이 먹으러 법당이나 예배당 오는 군인들 없습니다. 젊은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르는데 어떻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겠습니까. 물론 물질에 침잠하는 것 등 우리 자신도 고쳐야 할 것도 많고요.”

―곧 부처님오신날입니다.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신지요.

“우리가, 특히 정치인은 꼭, 화장터나 공동묘지에서 일정 기간 봉사활동을 해봤으면 합니다. 결국 한 줌 재로, 저 땅속에 말없이 묻히게 되는데 지금 내가 사는 모습이 제대로 된 것인지 그 옆에서 보며 생각했으면 합니다. 탐욕스럽게 혼신의 힘을 다해 쌓아 놓은 것들이 천년만년 내 것인 줄 알겠지만, 그중 뭐 하나를 가져갈 수 있습니까. 가져가는 것보다 무엇을 남기고 갈지를 생각하길 바랍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부처님오신날#조계종 원로의장#자광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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