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거쳐 女주인공에 함께 낙점… 4년 전 ‘시카고’ 록시 이어 두 번째
남자 상대역 홍광호-이충주가 맡아… 물랑루즈, 영화 원작을 뮤지컬 각색
토니상 10관왕 휩쓸며 명작 반열에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5일 만난 둘은 “오디션에 한국 뮤지컬 여배우들이 모두 지원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안 될 것 같았지만 일단 해보자는 심정으로 도전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우는 합격 소식을 듣고 펑펑 울었다.
“스무 살 때 영화관에서 본 ‘물랑루즈’의 색채와 충격을 잊지 못해요. 유머러스하면서도 섹시한 연출법에 매료됐죠.”(아이비)
‘물랑루즈!’는 클럽 최고 스타 사틴과 미국에서 온 젊은 작곡가 크리스티안(홍광호 이충주)의 사랑을 그렸다. 뮤지컬과 영화의 차이는 사틴의 캐릭터. 영화 속 사틴은 스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뮤지컬에선 재정 위기에 처한 물랑루즈를 살리기 위해 책임을 다하는 인물로 그렸다. 또 사틴과 크리스티안, 몬로스 공작(손준호 이창용)의 삼각관계가 영화보다 더 팽팽하다.
“뮤지컬 속 사틴은 강인하고 카리스마가 돋보여요. 산전수전 다 겪고 정상에 선 다음 내리막만 남은 스타라 마냥 순수하긴 힘들죠.”(김지우)
“영화와 달리 뮤지컬에선 몬로스 공작도 충분히 섹시하고 매력적입니다.”(아이비)
제작비만 395억 원에 달하는 ‘물랑루즈!’는 볼거리의 향연이다. 지난해 토니상에서 뮤지컬 부문 작품상 연출상을 비롯해 의상·무대·조명디자인상 등 10관왕을 차지했다.
“브로드웨이에서 1막 오프닝을 보는 순간 ‘와, 이게 자본주의 뮤지컬이구나. 돈 냄새 물씬 난다!’ 싶었어요. 여러 대작을 경험했지만 이 뮤지컬은 화려함의 수준이 달라요. 의상과 조명에 눈이 부실 정도예요.”(아이비)
‘빛나는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사틴은 160분 공연 중 갈아입는 옷이 16벌이다. 스와로브스키 보석이 촘촘히 박힌 드레스 한 벌은 수천만 원에 달한다. 지난해 9월 둘은 의상 제작을 위해 호주 애들레이드를 방문했다.
“신기한 건 코르셋이에요. 노출 많은 의상을 입고 춤추는데 속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요. 관객들이 노출에 시선을 뺏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래요. 이 정도 디테일은 처음입니다.”(김지우)
‘물랑루즈!’엔 ‘캉캉’으로 유명한 독일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부터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음악까지 160년의 시간을 아우르는 70여 곡이 담겼다. 아델, 리애나, 비욘세, 마돈나 등이 부른 명곡을 매시업(여러 곡을 조합해 한 곡을 만드는 기법)하는 방식이다. 1막 마지막 곡 ‘Elephant Love Medley’에만 비틀스의 ‘All You Need Is Love’ 등 21곡이 담겼다. 기존 노래들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우리 가요로 치면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부르다가 빅뱅의 ‘거짓말’을 이어 부르는 건데 놀랍게도 진짜 잘 어울려요. 이 많은 노래를 어떻게 찾은 걸까 감탄만 나옵니다.”(김지우)
“노래방에서 부르던 명곡을 무대에서 부르는 게 아직도 신기해요. 빨리 관객들과 즐거움을 나누고 싶습니다.”(아이비)
20일∼내년 3월 5일, 9만∼18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