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어두운 과오의 숲’을 헤매는 당신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어두운 숲길을 단테와 함께 걸었다/마사 백 지음·박여진 옮김/420쪽·1만9800원·더퀘스트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초라해진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예기치 못한 사고를 겪거나 목격한 뒤 삶의 의욕을 잃을 수도 있다. 그동안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 공허함에 방황할지도 모른다. 그럴 때면 행복은 어느 순간 내 곁에 없다.

미국 하버드대 출신 사회학자인 저자가 보기에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사람마다 각자 내면의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면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미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의 멘토로도 유명한 저자는 이렇게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14세기 고전인 단테의 ‘신곡’을 지침서 삼아 제시한다.

신곡은 단테가 ‘어두운 과오의 숲’을 지나 ‘지옥’ ‘연옥’을 거쳐 ‘천국’으로 가는 과정을 그린 대서사시. 어두운 과오의 숲에서 단테는 “삶의 어느 순간에 곧은길에서 벗어나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네”라고 말한다. 현대인도 비슷한 벽을 만나고 ‘어두운 과오의 숲 증후군’을 겪는다. 삶의 목적을 상실하고 정신적 고통을 겪다가 신체적 아픔으로 이어진다. 인간관계에서까지 실패를 맛본 뒤엔 술이나 약물 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단테가 어두운 숲에서 햇살을 받으며 우뚝 서 있는 ‘기쁨의 산’을 바라보는 대목도 나온다. 저자가 보기에 ‘기쁨의 산’은 겉으로 보기에 그럴싸한 속세의 기준을 상징한다. 남들과 비교하며 더 많은 재물과 명예를 쌓으려는 노력에 빠지다 보면 자신을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숲과 지옥을 벗어나기 위해선 스승이 필요하다. 저자는 외부의 스승도 필요하지만 내면의 스승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임신 6개월일 때 배 속의 아이가 다운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알고 극도로 혼란에 빠졌던 경험을 고백한다. 당시 끊임없는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형언하기 힘든 온전함을 찾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어두운 숲길을…’은 읽으면서 펜이 꼭 필요한 책이다. 각 장마다 ‘단테와 함께 걷기’ 코너를 만들어 스스로를 진단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와 다양한 질문들을 배치했다. 눈앞에 책이 아닌 상담사가 있다고 상상하고 숨겨뒀던 속내를 적으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자신만이 알 수 있는 해답에 조금은 가까워질지도 모르겠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단테#신곡#기쁨의 산#어두운 숲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