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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내 아이돌 내가 키운다” 걸그룹 ‘헤메코’ 바꾸는 Z세대 팬덤

입력 2022-10-27 03:00업데이트 2022-10-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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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가 안티” 등 일회성 비판 넘어, 구체적 의견 제시하며 집단행동
아이브 팬들 “메이크업 테러 당해”… 뉴진스 팬들은 “각설이 만들었나”
담당자들, 사과-해명하며 지적 반영
“4세대 팬덤, 함께 한다는 의식 강해”
15일 일본 도쿄 ‘케이콘 2022―저팬’ 무대에 선 뉴진스. 팬들은 짙은 화장, 어색한 염색, 알록달록한 의상이 이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케이콘 유튜브 화면 캡처15일 일본 도쿄 ‘케이콘 2022―저팬’ 무대에 선 뉴진스. 팬들은 짙은 화장, 어색한 염색, 알록달록한 의상이 이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케이콘 유튜브 화면 캡처
‘이 미친 메이크업과 헤어는 이제 끝내야 한다.’

올해 8월 트위터에는 걸그룹 아이브의 ‘헤메코’(헤어, 메이크업, 코디)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멤버들은 무대뿐만 아니라 광고, 화보, 예능에서까지 메이크업 테러를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칙칙한 화장과 어색한 머리 스타일로 수차례 공식석상에 선 데다 지난달 컴백을 앞두고 공개된 콘셉트 사진에서 멤버들의 ‘퍼스널 컬러’(피부 톤과 어울리는 색상)를 고려하지 않은 메이크업을 한 게 도화선이었다. 트위터에는 ‘#아이브_샵_바꿔’라는 해시태그도 등장했다.

8월 트위터에 올라온 아이브 장원영의 메이크업 비교 사진. 트위터 캡처8월 트위터에 올라온 아이브 장원영의 메이크업 비교 사진. 트위터 캡처
K팝 팬덤이 아이돌 그룹의 헤메코까지 바꾸고 있다. 3세대 아이돌만 해도 헤메코가 별로였던 날의 사진이 해당 아이돌의 ‘흑역사’로 회자되거나 “코디가 안티”라는 우스갯소리로 넘어가는 수준이었다.

Z세대는 다르다. 이들은 “아이돌은 내가 직접 키운다”는 생각으로 구체적인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멤버에게 스타일링이 어울리지 않을 경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비판하는 글을 올리거나 해시태그를 통해 집단행동을 해 소속사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이브 멤버 안유진의 콘셉트 사진을 본 팬들은 “연갈색 머리와 눈썹, 연분홍색 메이크업이 답답해 보인다”고 비판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호평을 받은 데뷔 초 안유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아이브 멤버 안유진의 콘셉트 사진을 본 팬들은 “연갈색 머리와 눈썹, 연분홍색 메이크업이 답답해 보인다”고 비판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호평을 받은 데뷔 초 안유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브의 메이크업과 관련해 한 팬은 트위터에 멤버 안유진이 붉은색 입술, 검은색 머리를 했을 때의 생기 있는 사진과 베이지색 화장, 연갈색 머리를 했을 때의 칙칙한 사진을 비교해 올렸다. 장원영은 홍보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주얼리 브랜드 화보 사진에서 잘못 자른 듯한 잔머리, 지저분한 눈썹으로 등장해 “나이 들어 보인다”는 팬들의 비판을 받았다.

‘민희진 걸그룹’으로 돌풍을 일으킨 뉴진스의 헤메코 담당자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달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케이콘 2022―저팬’ 무대에서 상큼하고 발랄한 이미지를 지닌 뉴진스의 옅은 화장, 검은색 생머리를 바꾼 것. 갈색 머리, 짙은 색조 화장, 지나치게 알록달록한 의상과 털모자에 팬들은 “레트로를 넘어 각설이가 됐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소수의 강력한 팬덤이 여론을 좌우하는 K팝 시장의 특성상 소속사와 관계자들은 팬들의 지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이브 메이크업 담당자는 SNS 라이브 방송에서 “아이브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20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이렇게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뉴진스의 메이크업 담당자는 자신의 SNS에 ‘일본에서의 뉴진스 메이크업은 저희 스태프와 관련 없으며 제가 한 메이크업이 아닙니다’라는 해명을 올렸다. 팬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아이브의 메이크업은 멤버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런 팬들의 행동은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Z세대의 특성에서 비롯됐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시청자 투표로 아이돌 그룹 멤버를 선정하는 엠넷의 ‘프로듀스 101’ 이후 4세대 팬덤은 아이돌 그룹을 팬들이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의식을 갖게 됐다”며 “기획사의 결정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게 아니라 메이크업이나 의상, 노래의 멤버별 파트 분배가 적절한지까지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걸그룹의 여성 팬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고 분석한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4세대 걸그룹의 여성 팬이 더 많아졌고 걸그룹 멤버에게 자신을 투영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자신의 메이크업, 헤어, 의상에 신경을 쓰듯이 매우 구체적으로 의견을 낸다. 소속사는 팬들의 조언을 일정 부분 받아들이되 그룹의 정체성은 유지하도록 적절한 수준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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