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열풍 속 투자리딩방 활개… AI로 전문가 사칭 2억 뜯기도

  • 동아일보

증권사 직원-투자처 AI로 만들고
“원금 보장-대박 수익” 투자 유혹
투자리딩방 피해액 2년새 1.7배로
200명에 130억 뜯어낸 업체 수사

동아DB
“주식으로 큰돈 벌고 싶으면 여기로 들어오세요.”

유명 증권사 직원이라고 소개한 남성이 유튜브 화면 속에서 투자 수익률을 인증하며 투자자를 유혹한다. ‘고급 정보’를 제공한다는 링크를 타고 들어가니 운영자가 “원금을 보장하며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를 종용한다. 이 말에 속아 5차례에 걸쳐 2억3000만 원을 준 한 투자자는 뒤늦게야 화면으로 봤던 ‘증권사 직원’도, 투자처도 가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기 일당은 인공지능(AI)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해 실존하는 전문가인 척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와 관련해 사기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 2년 새 투자리딩방 피해액 1.7배로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가 장중 5,000을 돌파하면서 주식 투자 열풍이 불고 있지만, ‘불장’에 올라타려는 개미 투자자의 심리를 파고든 불법 리딩방(투자 추천방) 사기도 함께 번지고 있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가짜 수익률을 보인 뒤 “돈을 맡기면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며 입금을 유도하는 수법인데,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포모(FOMO·소외될 수 있다는 공포) 심리가 투자자의 등을 떠미는 것이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9월 불법 투자 리딩방 피해를 따로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지난해 12월까지 2년 3개월간 접수된 관련 신고는 1만6409건이다. 누적 피해액은 1조4951억 원에 달했다. 특히 연도별 월평균 피해액은 2023년 317억 원에서 지난해 548억 원으로 약 1.7배로 증가했다.

이런 피해 규모는 코스피의 등락과 맞물려 움직였다. 코스피가 2024년 1월 2,497(말일 종가 기준)에서 4월 2,692로 오르자 같은 기간 불법 리딩방 신고는 410건에서 824건으로 배 이상으로 늘었다. 반면 코스피가 2,399로 떨어진 그해 12월엔 피해 신고도 515건으로 덩달아 급감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코스피 3,000을 넘어 최근 5,000까지 넘나드는 ‘역대급 불장’이 지속되자 지난해 12월에만 751건의 피해가 접수되는 등 범죄가 다시 기승을 부린다.

● 기술 고도화, 조직화로 쉽게 속아

이러한 불법 리딩방은 초반엔 수익을 일부 돌려주며 경계심을 허물기 때문에 정보 기기에 익숙한 젊은층도 피해를 본다. 최근 서울 금천경찰서는 ‘전문 투자 컨설팅’을 내세우며 200명 이상의 피해자로부터 약 130억 원을 빼돌린 업체에 대한 신고를 접수해 수사 중이다. 피해자 중에는 고령층뿐 아니라 20, 30대 청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주가지수와 연동된 선물 거래에 일정 금액을 ‘베팅’하도록 한 뒤 투자금을 받아 달아나는 수법도 득세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한모 씨(58)는 지난해 12월 유튜브를 통해 ‘주식 공부방’에 초대돼 운영자가 하라는 대로 총 4500만 원을 송금했지만 전부 뺏겼다.

‘눈속임’ 기술의 발달도 피해를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증권사 애플리케이션과 똑같이 꾸미고 얼굴과 목소리까지 AI로 변장한다. 김한 인터넷피해구제협회 대표는 “피해자는 ‘영상으로 확인했고, 계좌에서도 숫자가 올라가는 걸 봤다’는 이중 확신에 빠져 속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속 강화와 더불어 불법 리딩방의 창구가 되는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증시 활황기일수록 특별 단속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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