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넥타이 매고 “이게 뭡니까”…김동길 명예교수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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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0월 5일 10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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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구기동 이북5도청 통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80세 이상 고령 이산가족 성묘방북 추진위원회 발단식에서 김동길 명예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2015년 9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구기동 이북5도청 통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80세 이상 고령 이산가족 성묘방북 추진위원회 발단식에서 김동길 명예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게 뭡니까?”

1980년대 나비넥타이를 매고 신랄한 정치 평론을 했던 보수 원로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4일 밤 별세했다. 향년 94세.

5일 유족에 따르면 숙환으로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중이던 김 교수는 전날 오후 10시 50분경 유명을 달리했다. 고인은 지난 2월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했지만, 3월부터 호흡기가 나빠져 입원했다가 끝내 완쾌하지 못했다.

1928년 10월 평안남도 맹산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6년 김일성 정권이 들어서자 월남했다. 이후 연세대 영문학과를 다녔고 미국 유학을 떠나 에반스빌대와 보스턴대에서 각각 사학과 철학을 공부해 문사철(文史哲)을 섭렵했다.

귀국 후 연세대 사학과 교수를 지내며 잡지 ‘씨알의 소리’ 등에 박정희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쓰는 등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기소돼 ‘학생운동권의 배후 조종자’로 몰려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으나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이 사건으로 해직된 뒤 1979년 10·26 때 일시 복직했다가 1980년 신군부의 탄압으로 다시 해직됐으며, 1984년에 복직했다.

나비넥타이와 콧수염을 트레이드 마크로 삼았던 고인은 신문 칼럼 집필, 강연 등으로 대중의 큰 호응을 얻었다. 당시 개그맨 최병서 씨가 그를 흉내 내 “이게 뭡니까”라는 유행어를 만들면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졌다.

고인은 1985년 신문 칼럼에서 ‘3김 낚시론’을 주장해 세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당시 ‘3김씨는 이제 정치를 그만두고 낚시나 할 것이고 민주주의를 위해 40대가 기수 역할을 하라’고 적었다. 고인은 1991년 강의 도중 ‘강경대 구타치사 사건’에 대해 “그를 열사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다가 학생들의 반발이 일자 사표를 내고 학교를 떠났다.

1992년 9월 23일 통일국민당 당무회의에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고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악수하는 모습. 동아일보DB
1992년 9월 23일 통일국민당 당무회의에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고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악수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이후 정치에 입문해 새 정치를 주장하는 ‘태평양시대위원회’를 창립하고 한때 대권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1992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창당한 통일국민당에 합류했으며 14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 갑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1994년 신민당을 창당하고 이듬해 고 김종필 전 총리의 자유민주연합에 합류했다. 이후 15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 탈락에 불복해 탈당하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후에는 보수진영 원로이자 보수논객으로 활동하며 방송에 출연하고 언론에 칼럼을 기고했다. 구순을 넘긴 2019년에는 유튜브 채널 ‘김동길TV’를 개설했다. 채널 개설 1년도 안 돼 구독자가 3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초에는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고인은 ‘길은 우리 앞에 있다’ ‘석양에 홀로서서’ ‘링컨의 일생’ ‘한국청년에게 고함’ 등 평생 100권이 넘는 저서를 남겼다.

평생 독신으로 지낸 고인은 생전 서약에 따라 시신을 연세대 의과대학에 기증했다. 서대문구 자택은 누나인 고(故) 김옥길 여사가 총장을 지낸 이화여대에 기부한다.

장례는 자택에서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유족으로는 누이인 옥영·수옥 씨가 있다. 발인은 오는 7일이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왼쪽)가 지난 1월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자택을 새해 인사차 방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왼쪽)가 지난 1월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자택을 새해 인사차 방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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