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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Bad Guy’ 2만팬 떼창… 아일리시 ‘태극기 화답’

입력 2022-08-17 03:00업데이트 2022-08-17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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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아이콘’ 빌리 아일리시 콘서트
4년전 광복절에 신인가수로 내한, 올핸 같은날 2만석 20분에 매진
1시간 20분간 23곡 열정적 소화… BTS 제이홉-RM도 관객석서 ‘점프’
팬이 건넨 태극기 걸치고 공연 화제
15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무대에 선 미국 팝가수 빌리 아일리시. 공연을 모두 마친 뒤 팬이 건넨 태극기를 들고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4년 만에 내한한 그는 노래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또 초청해 줘서 감사하다. 여러분을 정말 사랑한다”고 말했다. 김민지 씨 제공
“모든 걱정을 떨치세요. 원하는 만큼 움직이고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노래해요. 춤추고 울어요!”

4년 만에 한국을 찾은 ‘룰 브레이커’가 서울의 습한 밤공기마저 부숴버렸다. 15일 오후 8시 20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6 빌리 아일리시’ 무대에 미국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본명 빌리 오코널·21)가 열광적 환호 속에 등장했다. 그는 공연 내내 “기존 팝가수의 관행을 파괴했다”는 뜻에서 붙은 별명 ‘룰 브레이커’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어둡고 음침한 음악, 약물중독과 불안장애 등을 다룬 우울한 가사, 속삭이는 듯한 창법, 몸매를 드러내지 않는 펑퍼짐한 패션…. 본인은 “부숴야 할 규칙이 무엇인지 의식한 적 없다”며 별명을 맘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그는 전에 없던 음악과 개성으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펼치는 Z세대의 아이콘이자 1억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거느린 ‘팝 센세이션’이 됐다.

○ 4년 만에 관객 2000명에서 2만 명으로

한국 무대에서 아일리시는 팬들이 기대한 모습 그 자체였다. 트레이드마크인 양 갈래 묶음 머리, ‘Dead or Alive’가 적힌 커다란 티셔츠를 입고 무대를 휘저었다. 1시간 20분 동안 23곡을 소화하는 내내 ‘뛰어!’를 외쳤다. 20, 30대 관객이 대다수였지만, 자녀의 손을 잡고 온 부모들도 보였다. 그를 따라 양 갈래로 머리를 묶은 외국인 팬도 많았다.

아일리시는 2018년 광복절 첫 내한공연을 열었다. 당시 2000명 앞에서 노래했던 신인 가수는 2만여 좌석을 20분 만에 매진시킨 스타로 돌아왔다. 아일리시는 “정확히 4년 전 같은 날 첫 내한공연을 했다. 정말 신기하다”고 말했다. 레이디 가가와 에미넴, 폴 매카트니 등의 내한 무대를 열어온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는 팬데믹 여파로 2020년 영국 밴드 퀸 공연 후 2년 7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아일리시는 ‘안티 팝’(기존 대중음악과 다른 음악)의 선두주자답게 그의 노래 중 가장 안티 팝스러운 ‘Bury a Friend’를 첫 곡으로 골랐다. ‘친구를 묻어버려’ ‘네 혀를 스테이플러로 찍어’ 등 공포스러운 가사와 등에 주사기가 잔뜩 꽂힌 기괴한 장면이 담긴 뮤직비디오로 그의 곡 중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하지만 이 곡의 전주가 깔리자 관객들은 “빌리!”를 외치며 환호했다.

관객들이 가장 열광한 곡은 피날레를 장식한 ‘Happier Than Ever’. 그의 친오빠 피니어스 오코널(25)이 80달러짜리 기타 한 대로 작곡한 이 노래는 잔잔한 발라드로 시작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드럼과 기타 연주가 휘몰아치는 록 색깔을 드러냈다. 클라이맥스에 달했을 때 음원에 없는 드럼 솔로, 피니어스의 화려한 기타리프, 여기에 빌리의 단단한 고음이 얹히자 객석에서 “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All the Good Girls Go to Hell’ ‘Bellyache’가 나올 때는 지정좌석제가 무색하게 관객 모두 일어나 뛰었고, 대표곡 ‘Bad Guy’에선 2만 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떼창’을 했다.

○ 이번에도 광복절에 태극기 들고 무대

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은 아일리시와 모든 곡을 함께 만든 피니어스였다. 2020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피아노 반주자로 무대에 선 적 있는 그는 이날 기타리스트로 변신했다. 무대 뒤에서 연주하던 그는 잔잔한 기타 선율과 아일리시의 몽환적인 가창력이 어우러진 발라드 ‘Your Power’와 ‘The 30th’에선 무대 중앙으로 나와 아일리시와 함께 연주를 이어갔다. 아일리시는 “피니어스는 내가 아는 가장 똑똑하고 재밌는 사람”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한국 팬에 대한 사랑도 아낌없이 표현했다. 그는 첫 내한 당시 팬이 건넨 태극기를 걸치고 공연을 이어가 화제가 됐다. 이날도 한 관객이 태극 문양에 아일리시의 이름을 흰색으로 적은 태극기를 건넸다. 아일리시는 받은 태극기를 펼친 채 T자 모양 무대를 이곳저곳 다니며 관객들과 소통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태극기를 손에 쥔 채 관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날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제이홉과 RM이 함께 공연장을 찾아 음악에 맞춰 뛰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오징어게임’의 배우 정호연도 무대를 촬영한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렸다.

2016년 열다섯의 나이에 음원 공유 플랫폼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Ocean Eyes’로 데뷔한 아일리시는 2019년 발매한 정규 1집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로 스타가 됐다. 이 앨범으로 2020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등 주요 부문 4개상을 석권했다. 한 가수가 그래미 본상 전 부문을 수상한 건 1981년 미국 싱어송라이터 크리스토퍼 크로스 이후 39년 만이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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